주한미군 현행유지 담겨…외신 "공화당 상원 재의결로 임기 말 트럼프 큰 패배"
WP "대선 뒤집기 시도·국방수권법 처리 과정서 공화 균열 드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사한 법안 거부권이 의회에서 처음 무효가 됐다.
미국 상원은 새해 첫날인 1일 본회의에서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찬성 81표에 반대 13표로 재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난달 하원이 재의결해 무효로 한 데 이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마저도 이날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을 무효로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 결과를 의회에서 뒤집으려는 시도 등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양원의 재의결로 효력을 잃은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 법안은 7천4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안보 관련 예산을 담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지난달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하원은 지난달 28일 찬성 322표, 반대 87표로 NDAA를 재의결했다. 상원은 법안을 넘겨받아 재의결 여부를 토론한 끝에 이날 표결했다.
당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지난달 하원(찬성 335표, 반대 78표)과 상원(찬성 84표, 반대 13표)은 각각 압도적 지지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이 해외 주둔 미군을 미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어긋난다면서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한다고 지적했었다.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천500명 이하로 줄이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감축 계획을 발표한 독일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축소에도 제동을 거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의 대형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용자 콘텐츠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기지 명칭을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도 거부권 사유로 꼽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8번의 거부권을 행사해 인정됐지만, 9번째인 이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NDAA는 군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면서 상원이 다시 한번 초당적으로 투표해 기쁘다고 밝혔다.
상·하원이 초당적 공감대 속에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어 임기 막판 트럼프 대통령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AFP통신은 "의회는 거부권을 무효로 하기 위한 압도적 표결로 트럼프 집권 말기에 굴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이 거부권 무효 표결을 하면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에 큰 패배를 안겼다"고 전했다.
오는 6일 대선 결과에 대한 의회 인증을 앞두고 이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시도에도 힘이 빠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대통령의 시도와 국방수권법안 처리가 최근 함께 진행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선 의원들이 임기가 끝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디까지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깊은 균열이 드러났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도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격동의 임기 동안 대체로 그의 편을 들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엔 공화당이 자신의 부정선거 주장을 돕지 않고 경기부양 지원금 상향안에 대한 요구를 거부한다면서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