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오거스타’ 첫 주인공은 누가 될까. 매년 4월 열리던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전염병 탓에 여름을 건너 뛰고 가을에 문을 연다. 이전과 다른 계절에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새로운 풍경, 색다른 분위기 속에 펼쳐지게 될 마스터스에선 화끈한 장타와 노련한 코스 공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상급 골퍼 92명이 총상금 1,150만 달러(약 128억원)를 걸고 12일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75야드)에서 시작되는 제84회 마스터스에 나선다. 원래대로라면 2019~20시즌 기간인 지난 4월 9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7개월 미뤄졌다. 첫해인 1934년 3월 말 개최를 제외하곤 줄곧 4월에만 개최 해 온 마스터스가 가을에 열리는 건 처음이다.
선수들은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운 모습이다. ESPN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로리 맥길로이(31)는 지난달 말 부친과 오거스타 답사를 다녀왔고, 달라진 코스 환경을 확인했다. 매킬로이는 ESPN에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버뮤다 잔디들이 있었고, 버뮤다 잔디가 죽지 않을 정도의 추위였다”고 떠올렸다.
실제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평균 기온이 4월의 최고 25도, 최저 8.8도보다 다소 떨어지고, 코스의 명물인 철쭉 대신 단풍과 마주하게 된다. 경기 방식도 조금 달라진다. 해가 짧아지다 보니 3명이 한 조로 1번 홀에서 차례로 시작했던 예년과 달리 이번 대회에선 1번 홀과 10번 홀에서 오전 오후 조로 나뉘어 대회를 시작한다.
지난해 4월 오거스타에서 ‘황제의 부활’을 알린 타이거 우즈(45)에게도 평소 같지 않은 마스터스다. 당시 역전 우승의 원동력이 된 ‘구름 관중’이 사라진다. 최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우즈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마스터스 최초로 ‘두 차례 2년 연속 우승’을 거둔 선수로 기록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올해 체중을 20㎏ 불려 ‘초장타’ 능력치를 장착한 브라이슨 디섐보(27)는 메이저대회 2연승을 노린다. 특히 이번대회의 경우 그린이 단단해지고, 페어웨이가 부드러워지는 등 장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의 우승 여부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디섐보는 이번 대회 연습라운드에서 575야드 거리의 2번 홀(파5)을 투온으로 공략하고, 350야드 3번 홀(파4) 티샷 땐 3번 우드로 그린을 넘겨버렸다.
다만 비거리가 모든 성적을 뒷받침하진 않을 거란 예측도 많다. PGA 투어 홈페이지가 꼽은 ‘파워 랭킹’에선 현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36)이 1위에 올랐다. 존슨은 US오픈 이후 코로나19에 걸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다 지난주 휴스턴오픈을 통해 실전에 복귀해 ‘마스터스 전초전’을 마쳤다. US오픈에서 공동 6위에 올랐던 그는 휴스턴오픈 첫날엔 공동 63위에 그쳤으나 2∼4라운드에서는 60대 타수를 유지하며 공동 2위에 올라 기대감을 높였다.
호아킨 니만(22)에 이어 2017년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40)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선수 가운덴 임성재(22)와 김시우(25), 강성훈(33)까지 3명이 출전한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