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 차림의 여자친구 소원이 구두를 또각거리며 밤거리를 뚫고 걸어간다. 미러볼이 빛나는 클럽에 들어선 소원은 당당한 웃음을 날리며 반짝이는 드레스로 변신한다.
여자친구 새 정규앨범 '회 : 발푸르기스의 밤'(回:Walpurgis Night) 타이틀곡 '마고'(MAGO) 뮤직비디오 첫 장면은 '파워청순' 콘셉트를 표방했던 당시의 이들로부터는 조금은 멀리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 앨범까지 3장의 '회' 시리즈를 통해 어느덧 이들은 훌쩍 달라져 있었다.
멤버 신비는 9일 앨범 발매를 앞두고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회' 시리즈를 마무리하려니) 시원섭섭한 기분"이라며 "시리즈를 통해 저희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시도했고 새로운 도전으로 저희만의 주체성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래버린스'와 '송 오브 더 사이렌스', 이번 '발푸르기스의 밤'까지 3장의 앨범을 통해 소녀들의 성장 서사를 표현했다. 소속사 쏘스뮤직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단에 합류한 뒤 스토리텔링 요소를 한층 강화한 것.
연작을 통해 소녀가 선택의 기로에 서고 유혹에 흔들린 끝에 결국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욕망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자신을 '현대적 마녀'(Modern Witch)에 비유했다.
"이번 앨범은 마녀가 된 소녀의 이야기인데요. 욕망에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마녀들의 축제'를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은하)
"너무 희망차게만 표현하기보다는 솔직하고 누구나 겪을 만한 갈등의 이야기들도 담아봤어요. 멤버들이 지금 하는 고민을 곡에 전체적으로 많이 반영했어요."(엄지)
소원은 "저희의 성장 서사를 엮어내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그런 부분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외적으로도 파격 변신도 많이 경험해봤고, 음악적으로도 곡 작업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어떤 도전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마고'는 1980년대풍 음악을 여자친구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디스코 장르 곡으로 은하, 유주, 엄지가 작업에 참여했다. 같은 빅히트 사단의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최근 잇따라 디스코를 선보이는 등 요즘 레트로 음악은 가요계를 휩쓰는 조류다.
소원은 "마고는 레트로한 분위기에 여자친구 특유의 감성, 벅차오르는 느낌까지 잘 녹아든 곡"이라며 여자친구표 디스코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예린과 신비의 '시크릿 다이어리', 소원과 엄지의 '배터 미', 은하와 유주의 '나이트 드라이브' 등 멤버들의 유닛곡도 처음으로 실렸다.
예린은 "저희가 주체적으로 모든 걸 했는데 데뷔 후 처음으로 유닛곡을 선보이는 거라 떨렸지만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며 "앞으로도 지금보다 욕심내서 작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빅히트를 이끄는 방시혁 의장도 계속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의 것을 너무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지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 방시혁 프로듀서님이 다양한 방면으로 도움과 의견을 많이 주시면서 저희가 도전해보지 못했던 곡까지 도전해볼 수 있도록 틀을 많이 깨주셨어요."(엄지)
엄지는 "다양한 콘셉트에 개방적인 그룹이란 평가를 듣고 싶다"며 "이번 앨범은 노련함 속의 신선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유주는 "이제는 곡과 안무, 메시지 모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여유가 아주 조금은 생겼다"며 "앞으로도 이 마음 잃지 않고 신선한 충격을 드리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