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편의점 앞 테이블이나 호프집에 앉아 즐기는 시원한 맥주와 바삭한 치킨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나친 치맥 사랑은 발 관절 등 건강을 해치고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통풍은 체내 대사과정의 산물인 요산이 과다 축적돼 발생하는 일종의 관절염.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거나 체내에서 합성된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과정을 거쳐 전환된 것. 3분의2 정도는 신장(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환자 92%가 남성… 술·고기 즐기는 30~50대 고위험군
인체는 매일 일정량의 요산을 생성하고 배출하면서 혈중 농도의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요산이 과다 생성되거나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이면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 이런 ‘고요산혈증’이 지속되면 요산이 결정 형태로 관절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킨다. 결국 관절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뼈를 부수는 듯한 심한 통증이 갑자기 발생하는 통풍이 생기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2015년 약 33.5만명에서 지난해 46.2만여명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식이·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한 체중 증가, 수명 연장이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진료인원의 92%(약 42.7만명)가 남성이다. 육류와 술을 즐기는 중년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요산 수치를 떨어뜨려 폐경 전에는 남성에 비해 잘 생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풍은 40~50대에 첫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육류 비중이 높은 식생활,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고열량 음식, 잦은 음주, 운동량 감소로 인한 비만 증가 등으로 20~30대 젊은층 환자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통풍 초기에는 관절에 급성 염증이 생긴다. 엄지발가락 관절에 가장 흔하고 발목·발등·무릎관절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해 관절 주변이 붓고 피부가 붉은 색을 띠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통풍 발작’이라고 하는데 이런 증상은 대부분 3~10일 안에 호전된다.
처음에는 발생빈도가 드물지만 해가 지날수록 점점 잦아지고 발작이 호전된 이후에도 만성 염증·통증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관절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해당 관절들이 심하게 손상되고 요산 결정이 덩어리를 이뤄 피부 아래에 침착되는 통풍 결절(만성 통풍 결절)이 생기기도 한다.
◇요산 배설 억제하는 알코올 끊고 체중관리해야
통풍은 환자 상태나 동반질환을 고려해 적절한 약물로 치료한다. 급성 통풍 발작에 진통소염제, 콜히친, 스테로이드를 단독 또는 조합해 쓰면 대부분 3~7일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통풍 발작이 드물게 발생한다면 진통소염제로 증상을 완화시켜도 된다. 하지만 증상이 장기적으로 자주 나타난다면 체내 요산 농도를 낮추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소염제만 복용하면 만성 통풍으로 발전할 수 있다.
1년에 두 번 이상 통풍 발작을 경험하거나 요로결석이 있는 경우, 신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관절 손상, 만성 통풍 결절이 발생한 경우에는 장기적인 요산 저하 치료가 필요하므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런 환자에게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요산 저하 약물과 통풍 발작 예방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치료 만큼이나 식습관·생활습관 관리도 통풍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 가운데 퓨린 농도가 가장 높은 맥주는 피해야 한다. 소주나 다른 증류주도 맥주에 비해 단위당 퓨린 함량이 적지만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알코올 성분 자체가 요산 배설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금주하는 게 가장 좋다.
퓨린 함량이 높은 소·돼지고기, 육류의 내장, 농축된 육수, 꽁치·고등어, 액상과당이 든 탄산음료, 과일주스 섭취도 주의하는 게 좋다. 반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채소에 풍부한 섬유질, 엽산, 비타민C는 요산이 쌓이는 것을 막아줘 통풍 예방·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유정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