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비 올터·찰스 라이스, 영국 마이클 호턴 공동수상
노벨위원회 "C형간염 바이러스 발견…수백만명 구하는 데 기여"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규명해 낸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 3명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 2020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하비 올터(85)와 찰스 라이스(68), 영국의 마이클 호턴(70)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간암, 간경변 등과 같은 질병에 맞설 수 있도록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위원회는 이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이전까지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만성 간염의 주요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의 발견 덕택에 혈액 진단과 신약 개발이 가능해져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현재도 계속되는 바이러스성 질병과의 전쟁에서 기념비적인 성취"라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C형 간염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인류가 이 질병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수상자를 발표한 노벨위원회 회원인 파트릭 에른포르스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밝혀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라며 "이 발견이 비로소 병을 치료하는 약과 백신을 개발하는 출발점이었다"라고 말했다.
올터는 미 국립보건원(NIH), 라이스는 뉴욕 록펠러대 소속이며, 호턴은 캐나다 앨버타대에 몸담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중 한 명인 올터가 전화로 "그렇게 많은 환자가 치료되는 것을 보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9천만원)가 주어진다. 공동 수상일 경우 이를 균등하게 나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7천만명 이상이 간염에 걸려 40만명이 숨진다고 추산한다.
C형 간염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데, 만성 간염으로 악화해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
특히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몇년간이어서 감염돼도 스스로 감염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우며,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조용한 전파를 일으킬 수 있어 더욱 위험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점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폐결핵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간주됐다.
위원회는 이날 수상자 발표 현장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사전에 취재진 참석을 최소한으로 추렸다.
매년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도 올해엔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올해 노벨상 발표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등이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