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3명 가운데 1명은 암에 걸린다(‘2017 국가암등록통계’). 다행히 의학이 발달하면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4%로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혹시 암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올해 3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죽전대로에 개원한 연세대 의대 부속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처음으로‘인공지능(AI) 진단 보조 솔루션’을 활용해 유방암 등 암이나 주요 폐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유방암 AI 진단 보조 솔루션(루닛 인사이트 MMG)’을 루닛과 공동 개발한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연구부원장)를 만났다. 유방암 AI 진단 보조 솔루션은 유방 촬영기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암 의심 부위를 표시해 준다. 김 교수는 “AI 진단 보조 솔루션이 예전에는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현재는 ‘똑똑한 전임의(펠로)’ 수준으로 크게 발전했다”며 “이처럼 AI 진단 보조 솔루션은 의료진과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를 갖춰 육안으로 자칫 놓칠 수 있는 미세한 결점도 잡아내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사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진단은 정확도가 82%였는데, 의사가 AI 진단 보조 솔루션의 의견을 참고해 진단할 경우 정확도가 89%로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진단 보조 솔루션’이란.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X선 촬영 영상을 분석해 단시간 내에 질환 의심 부위를 표시해 주는 소프트웨어다. 의료진은 AI가 판단한 소견을 참고해 질환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유방암과 폐 질환 진단에 쓰이는 AI 진단 보조 솔루션을 의료영상저장정보시스템(PACS)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기존에는 AI 도움을 받으려면 영상을 다른 하드웨어로 옮겨 프로그램을 통해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는 촬영 결과가 넘어오는 PACS에서 곧바로 AI 진단 보조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번거로운 절차 없이 AI 진단 보조 솔루션의 도움을 받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X선을 이용한 영상 판독은 반복적인 업무이지만 높은 정확도가 요구된다. AI 진단 보조 솔루션은 대량의 영상 데이터에서 소수의 비정상 소견을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낸다. 사진 촬영 후 PACS에 넘어가면 곧바로 AI 보조 진단이 끝나 의료진이 곧바로 참조할 수 있다. 또한 AI 진단 보조 솔루션은 AI가 영상 데이터를 비정상 점수(abnormality score) 순으로 구분해 줘 의료진이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부터 우선 판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음성(陰性) 예측도(NPV)가 높고 주치의도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영상을 판독하기 전에 환자에게 주요 소견을 전할 수 있다. 덕분에 환자가 진단 결과를 들을 때까지 불안해하며 대기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진단 시간과 정확도는 어떻게 달라졌나.
기존에 영상을 판독하는 시간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70으로 30% 정도 줄었다. AI 덕분에 줄어든 시간은 초음파나 조직 검사 등 환자를 직접 만나서 하는 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병 진단은 AI 보조 솔루션을 도입 전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정확도가 높아져 자신감이 생겼다. AI 진단 보조 솔루션은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이라 의료진이 비정상 소견을 좀 더 살펴볼 수 있도록 정상 소견(음성 예측)을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가 중요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AI 진단 보조 솔루션의 정확도는 폐질환이 97%, 유방암은 95% 정도다.
- AI 진단 보조 솔루션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앞으로 많은 병원과 다양한 진료과에서 이 같은 솔루션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뼈 나이 판단을 위한 X선 영상에 AI 진단 보조 솔루션을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조숙증이나 저신장증 등을 진단하려면 손뼈 X선 영상을 살펴봐야 하는데, AI를 통해 의료진이 교과서나 표준 영상을 일일이 비교하며 판독했던 과정을 자동화했다. 의료진은 AI가 낸 소견을 참고해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판독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AI 진단 보조 솔루션은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지 않은 응급실에서 특히 도움이 되고 있다. 응급실 의료진이 1차로 AI의 소견을 먼저 살펴본 뒤에 자세한 진단이 필요할 때만 영상의학과에 진단을 요청을 하다 보니 업무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