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 종양 치료 전문가’인 주민욱 성빈센트병원 근골격ㆍ피부종양클리닉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주 교수는“원발성 악성 근골격 종양은 이전보다 치료 후 예후가 좋아지고 있다”며“하지만 희소 질환이다 보니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드물어 잘못된 정보를 접한 환자가 진단ㆍ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주 교수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근골격 종양 절제 후 재건이 가장 어려운 부위 중 하나인 엉덩이관절 부분을‘3D 프린팅 임플란트’를 이용해 재건한 바 있다.
사지구제술로 암 생긴 팔ㆍ다리 살릴 수 있어
-근골격 종양은 일반에게 아주 낯선데.
뼈ㆍ근육ㆍ혈관ㆍ신경ㆍ지방조직 중 뼈ㆍ근육에 주로 많이 생겨서 ‘근골격 종양’이라고 부른다. 원발성 악성 근골격 종양(암)을 육종이라고도 부르는데 골육종, 연골육종, 지방육종, 섬유육종 등 다양하다. 양성 근골격 종양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재발이 잦거나 전이되기도 하는 공격적인 것도 있다.
발생 부위와 예후가 모두 다르므로 근골격 종양 전문의를 찾아 개인별 맞춤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근골격 종양은 초기에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다른 병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영상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될 때가 적지 않다.
종양으로 인해 뼈가 약해져 통증을 느끼거나 사소한 충격으로 뼈가 부러져 병원을 찾기도 한다. 어린이는 성장통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근골격 종양은 아주 희소하기에 근골격 종양에 대해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의도 국내에 수십명 정도에 불과한데다 인지도도 낮아 조기에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근골격 종양의 발생률과 치료법은.
암 환자 10만명당 6명 이내로 발생하면 희소암이라고 한다. 근골격 종양은 10만명당 1명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2019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발생한 악성 근골격 종양은 전체 암의 1% 정도에 불과하다.근골격 종양 치료를 위해 종류, 발생 부위, 전이 유무, 환자 나이, 건강상태 등에 따라 수술ㆍ약물요법ㆍ방사선치료 등을 고려한다.
골육종의 경우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 후 사지구제술(종양을 광범위하게 잘라낸 뒤 절제로 생긴 골ㆍ연부 조직 결손 부위를 재건해 팔다리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수술)을 시행하고 다시 항암화학요법을 하는 것이 세계적인 표준 치료법이나 개별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암이 생긴 팔다리를 절단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환자를 사지구제술로 치료하고 있다. 종양이 발생한 부위를 제거하면 골격 재건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이때 환자 본인의 뼈나 다른 사람이 기증한 뼈를 이식하거나 인공 종양 대치물을 넣기도 한다. 희소암인 데다 근골격 종양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경험을 가진 전문의도 부족하다 보니 악성 종양을 양성 종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악성 연부조직 종양을 의심하지 못한 채 수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36.5%나 된다. 또한 조기에 추가 수술 등 후속 치료를 받는 경우가 43.4%에 불과하다.
-근골격 종양 치료에 중요한 점을 꼽자면.
근골격 종양 전문의(정형외과)를 주축으로 영상의학과ㆍ병리과ㆍ방사선종양학과ㆍ핵의학과 의료진으로 구성된 다학제 협진이 중요하다. 근골격 종양은 팔다리ㆍ척추ㆍ골반 등 어느 곳에서나 생길 수 있으므로 근골격 종양 전문의를 주축으로 하되 치료 과정에 무릎관절, 엉덩이관절, 어깨관절, 손발 전문의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는 더욱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기에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와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종양 제거 후 재건 과정에서는 미세수술 전문의의 도움도 필요하다.
또한 근골격 종양은 종류가 많은 만큼 예후도 다양하기에 환자 상태에 대해 관련 임상과 전문의들이 면밀히 분석해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한다.
적절히 촬영된 영상 검사와 근골격 종양에 경험이 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은 근골격 종양 진단에 필수적이다. 시간과 비용만 고려해 원칙에 맞지 않게 성급히 접근하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악성 근골격 종양 치료는 원칙에 따라 종양을 절제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환자에게 알리고 싶다. 종양을 제대로 잘라내는 것보다 온전한 팔ㆍ다리를 잃는 것만 걱정해 무리하게 수술하거나 절제 후 재건법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나 약물요법만 받아도 대체로 좋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재건술이 시도되는데.
3D 프린팅 기술 발달로 환자 몸에 적합한 맞춤형 인공 삽입물을 제작해 삽입하는 재건술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재건술은 국내에서 아직까지 소수 환자에게만 시도됐을 정도다. 지난해 우리 병원에서 골반골 악성 골종양 환자에게 골반절제술을 시행한 후 결손부를 3D 프린팅 삽입물을 이용해 재건했다.
국내 처음으로 골반 가운데 재건이 가장 어려운 부위인 엉덩이관절 부위를 재건한 것이다. 대퇴골과 연결되는 골반 부위는 체중이 척추로부터 하체로 전달되는 다리 역할을 해 큰 부하를 견뎌야 하므로 기존의 골 이식이나 인공 관절을 이용한 재건술 후 장기적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새로운 재건법의 선도적인 도입은 기존 재건 방법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함께 환자 맞춤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무기를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