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일사병이나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두통ㆍ어지럼증 등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의심하지만 뇌졸중의 한 증상일 수도 있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 혈압이 떨어지고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폭염에 일사병·열사병 걱정 늘어
혈압 떨어지면 뇌혈관 질환 의심
뇌졸중 전에 40%가 ‘미니 뇌졸중’
언어장애·편측마비 등 잠깐 나타나
방심 말고 MRI검사 등 진단 필요
저염식 생활에 적정 체중 유지를
뇌졸중 전조증상 ‘미니 뇌졸중’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언어장애ㆍ보행장애 등 큰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뇌졸중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발생한다.
하지만 뇌졸중이 생기기 전 40% 정도가 ‘미니 뇌졸중(일과성 뇌허혈 발작)’ 같은 전조 증상을 겪는데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믈다. 미니 뇌졸중은 뇌졸중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미니 뇌졸중은 뇌졸중 증상이 24시간 이내로 유지되다가 없어지는데, 몇 초 만에 사라지기도 하고 몇 시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미니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5년 11만2,520명, 2017년 11만4,963명, 2019년 12만4,57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0대 환자가 28.3%로 가장 많았고, 70대 환자 23.9%, 50대 환자가 21.2%로 뒤를 이었다.
미니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 손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혈관이 다시 회복되거나 증상이 호전된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무증상일 때도 있다.
미니 뇌졸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며, 발음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앞이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 두통, 어지럼증, 손발 저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다만 이 증상은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기에 뇌졸중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미니 뇌졸중이 왔을 때 신속히 대처하려면 평소 뇌졸중 증상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힘이 빠지는 편측 마비,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 장애, 그리고 안면 마비 등 3가지 증상이 대표적”이라며 “미니 뇌졸중 환자의 75%가량에서 이런 증상이 생긴다”고 했다.
편측 마비는 흔히 생각하는 ‘저린 느낌’ ‘먹먹한 느낌’ ‘무거운 느낌’과는 다르다. 힘이 빠져서 서 있거나 팔을 들지 못하거나 손에 든 물건을 놓칠 때를 말한다. 드물게 한쪽 팔ㆍ다리가 마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쪽 팔ㆍ다리가 거의 동시에 힘이 빠진다. 안면 마비는 얼굴이 비대칭으로 나타나며 비교적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언어 장애는 하고 싶은 말은 명확히 알고 있지만 내뱉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거나,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를 말한다.
이밖에 일어나거나 걸으려고 할 때 한쪽으로 넘어지거나, 평소와 다른 두통ㆍ어지럼증, 시야 흐려짐,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실신이나 편두통, 부분성 경련 발작, 저혈당 등을 미니 뇌졸중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미니 뇌졸중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증상이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니 뇌졸중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뇌졸중과 동일하게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니 뇌졸중 단계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며 “뇌졸중이 와서 영구적인 뇌조직 손상과 신체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따른 뒤에는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미니 뇌졸중을 겪은 후 2일 이내에 뇌경색이 생길 위험은 5%, 1주일 이내에는 11%에 달한다. 20~30%는 3개월 안에 뇌경색을 겪는다. 미니 뇌졸중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적절히 조치하면 뇌졸중의 80% 정도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염식 생활화ㆍ금연은 필수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증상을 미리 알고 있다가 재빨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은 잘못될 생활습관 등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기에 이를 고치는 것도 필수적이다.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복부비만 등이 뇌졸중 위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많이 먹고, 저염식을 생활화하며,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금연을 해야 한다. 흡연은 뇌경색 위험을 1.5∼2배, 뇌출혈 위험을 2∼4배가량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 발병 원인의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었다. 다만 뇌졸중 위험도는 금연 2년 뒤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떨어지므로 빨리 금연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진료부원장은 “뇌졸중은 단일 질환 사망 원인 1위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라며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나는 미니 뇌졸중은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간과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