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이 그 질문을 한 것은 세 살이 조금 지나서 블록 쌓기 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부버, 죽을거야?”
아이들은 누구보다 직설적이다. “그래, 언젠가는 죽을거란다”라고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주면서 나는 덧붙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오랫동안은 안 죽을거야”
부버(할머니를 뜻하는 이디시어)는 그때 70세였고, 아이에게는 20분이 영원처럼 느껴졌을 테니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
기피해온 보편적 주제
아이와 대화 좋은 기회
불편한 감정 내색 말고
이해수준에 맞게 설명
손녀딸 바톨라는 프리스쿨에서 발견한 죽은 무당벌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놀이에 이제 죽음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역전의 놀이도 있다. 상상 속 거인은 도망치는 팬다 인형을 집어삼켰다가도 곧 뱉어낼 것이다. 따라서 나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발달적으로 적절한 질문’에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손녀의 부모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내가 제대로 다루었는지 확인했다.
그런 질문은 때때로 다시 나오곤 하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와 공원이 문닫기 전에도 그랬다. 부모들이 안전을 위해, 죽음 예방이 아니라, 손을 씻고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이야기해도 프리스쿨 연령의 아이들은 그런 일들을 둘러싼 두려움과 혼란을 느낀다.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나는 사랑하는 손주들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형성하는 일에 있어서 조부모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죽음은 아마 햄스터일 것이지만 사람의 첫 죽음은 할머니 할아버지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수만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그러한 손실을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는 조부모 연령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문화에서 기피해온 이 보편적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카고의 슬픔극복 상담가이자 아동발달 대학원 에릭슨 연구소의 박사과정 동료인 키아 페러는 “보통은 부모가 그런 책임을 맡게 되지만 조부모는 오래 살았고 역사의 중요한 시기들도 겪어왔으며, 친구를 잃어보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은 제쳐놓아야 한다. 플로리다 대학에서 죽음을 가르치는 발달심리학자 수잔 블럭은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죽음에 관해 물어오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긴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질문할 때는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고, 네 살짜리 아이가 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대답을 회피하면 아이는 그것이 물어봐서는 안 되는 나쁜 것이라고 습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블럭 박사는 아이들이 다소 추상적인 세가지 개념을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생명체의 기능을 앗아가며, 보편적이라는 사실이다. 대단한 강의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더기 센터 행정감독인 다나 슈르만은 “아이들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 대답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자기가 소화시키도록 놔두면 그 다음 반응은 ‘오케이, 이제 우리 놀아요’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나이와 발달에 달려있다. 바톨라의 나이는 삶의 종말 같은 아이디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5~7세는 더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페러는 “삶의 순환과 죽음의 보편성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라고 말하고 “8~12세 사이의 어린이는 성인과 같은 이해력을 가지고 있으며, 영안실이나 장례식과 같은 세부사항에 대해 알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직함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할아버지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거나 잠이 들었다, 더 나은 곳으로 가셨다 는 등의 완곡한 표현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 누군가가 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신장병을 앓고 있었다”라고 병명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슈르만은 조언한다. 왜냐하면 아이들도 아플 수 있는데 모든 병을 치명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약도 그것을 고칠 수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유치원생이라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수리할 수 없는 장난감에 대해 알고 있다.
자연현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걸으면서 바톨라에게 꽃이 피고 죽는 것, 나뭇잎의 색깔이 바뀌고 떨어지는 것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차도에 떨어져있는 죽은 새도 더 이상 노래하거나 날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
슈르만은 죽은 생물을 위한 작은 의식도 좋다고 말한다. 벌레나 새를 손수건에 싸거나 상자에 넣어서 몇 마디 말하고 묻어준다. 작은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명 존중의 예를 심어주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도 적절한 준비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성인이 어린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조부모가 이처럼 민감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도 있다. 페러는 금붕어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 로저’(Mr. Rogers’)의 1970년 에피소드와 미스터 후퍼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빅 버드가 알게 된 1983년 ‘세서미 스트릿’(Sesame Street) 에피소드의 팬이다. 디즈니 영화에서 나오는 죽음은 ‘라이온 킹’이나 ‘모아나’에서처럼 떠나간 사람이 살아있을 때를 추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된다.
책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어린이책 전문인 친구 마조리 잉걸에게 의뢰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물고기가 죽고 물고기 친구가 애도하는 토드 파의 ‘더 굿바이 북’(‘The Goodbye Book’ by Todd Parr)과 엘리사 쿠퍼의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Big Cat, Little Cat’ by Elisha Cooper)를 추천했다.
프리스쿨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그녀는 방금 출판된 ‘라스트 굿바이’(‘A Last Goodbye’ by Elin Kelsey, 김소연의 삽화)와 ‘언제나 이다’(‘Ida, Always’ by Caron Levis)를 권했다.
중학생을 위한 책으로는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과 ‘테라비티아로 가는 다리’(‘Bridge to Terabithia’), 그리고 독일작가 볼프 얼브루흐의 그림책 ‘오리, 죽음과 튤립’(‘Duck, Death and the Tulip’ by Wolf Erlbruch)을 추천했다.
<By Paula 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