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지났는데 세입자가 렌트비를 보내지 않고 있다.‘깜빡한 세입자가 곧 보내겠지’라고 일단 위안해 본다. 하지만 렌트비가 들어오지 않으면 모기지 페이먼트와 보험료, 재산세를 낼 방법이 없다. 최근 렌트비 미납에 골머리를 앓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 경기가 좋았던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렌트비 미납은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경제 활동이 중단된 지금은 세입자 렌트비 미납을 우려하는 집주인이 상당수다. US 월드 뉴스 앤 리포트가 렌트비 미납 사태를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했다.
◇ 세입자 69% 4월 치 렌트비 완납 못 해
경기가 매우 좋았던 1년 전 렌트비 미납은 우려할만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국 다세대 주택 협의회’(NMHC)에 따르면 지난해 4월 5일 기준 아파트 세입자 중 약 82%가 4월 치 렌트비 전액 또는 일부분을 납부한 상태였고 4월 26일까지 완납한 비율은 약 96%에 달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실업자가 급증한 올해 4월의 경우 4월 치 렌트비를 일부라도 낸 세입자 비율은 약 69%(5일 기준)로 뚝 떨어졌고 4월 26일까지도 렌트비를 조금이라도 납부하지 못한 세입자는 약 10%에 달했다.
갑작스럽게 실직 상태에 빠지면 대부분의 경우 렌트비가 가장 큰 재정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렌트비를 한두 달 미뤄줄 수 있는 건물주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국 임대 주택 협의회’(NRHC) 디렉터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임대 주택 사업자 중 렌트비를 유예 여력을 갖춘 사업자는 많지 않다”라고 US 월드 뉴스 앤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단독 주택 임대 사업자 이익 단체인 NRHC는 현재 연방 의회를 상대로 실업률 급증에 따른 렌트비 미납 대란을 막기 위해 세입자는 물론 건물주 지원 대책 마련을 로비 중이다.
◇ 세입자와 소통 창구 열어둬야
세입자로부터 이번 달 렌트비 납부가 힘들 것 같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최근 실직자가 늘면서 이런 연락을 받는 건물주도 크게 늘고 있다. 세입자와 렌트비 연체 문제를 해결할 때 이 같은 소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세입자는 말 한마디 없이 렌트비 납부를 중단하는 세입자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려면 건물주가 먼저 세입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사전 조치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처럼 렌트비 미납이 증가하는 시기에 세입자의 재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소통 창구를 먼저 열어 놓으면 수월한 해결도 가능하다.
◇ 분납, 일부 납부, 연체료 유예, 디파짓 활용
세입자로부터 렌트비 미납 통보를 먼저 받았다면 우선 건물주의 비용을 점검한 뒤 세입자의 향후 소득 상황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렌트비 유예 방안을 수립한다. ▶탄력 납부: 세입자 소득에 따라 렌트비를 소액으로 여러 차례 분납하는 방법이다. 기존 연체료는 한시적으로 유예, 또는 인하할 수 있다. ▶일부 납부: 조금이라도 받는 것이 못 받는 것보다 낫다. 세입자가 납부 가능한 금액의 렌트비만 받고 연체료는 유예한다.
▶시큐리티 디파짓 활용: 임대 계약 체결 시 납부한 시큐리티 디파짓에서 미납 렌트비를 차감할 수 있다. 이때 건물주는 임대 계약 만료 뒤 세입자가 나갈 때 건물 훼손에 대한 수리비를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이 발생한다. ▶세입자 교체: 임대 계약 기간 동안 건물주는 렌트비를 받을 권리가 있다. 세입자가 계약 만료 전 이사해야 하는 경우 새 세입자를 찾을 때까지만 전액 또는 일부 렌트비만 부과하는 건물주도 있다. 임대 주택 관리 비용이 많지 않고 지역 임대 수요가 높다면 기존 테넌트를 내보내고 다른 세입자를 빨리 찾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 세입자 요청 있다면 ‘협조적’ 자세 중요
임대 계약에 렌트비 납부 기한과 연체료에 대한 내용이 함께 명시된다.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연체 한 번 없던 세입자들도 연체료 납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세입자가 렌트비 납부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납부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연체료를 유예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체료는 세입자가 렌트비를 기한 내에 납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대개 수백 달러 정도로 유예하더라도 건물주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체료 유예 조건으로 렌트비 분납이나 일부 납부 등을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건물주의 이 같은 ‘유화 제스처’가 향후 세입자와의 불화 발생 시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렌트비 미납에 따른 건물주, 세입자 간 법정 분쟁이 흔한데 법원에서는 건물주의 문제 해결 시도를 좋은 의도로 받아들여 건물주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세입자와 연락할 때는 편지나 이메일 등 서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퇴거 쉽지 않지만 필요하면 진행해야
세입자가 지난달 렌트비로 일부만 보내고 아무 연락 없이 여전히 미납 상태라면 세입자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다. 렌트비 미납 상황을 알리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면 문제가 악화하기 전에 해결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의 상황이 파악되어야 적절한 도움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상황에 따라 렌트비 분납, 일부 납부, 기한 연장 등의 방법에 대해서 세입자와 상의해본다. 세입자가 건물주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퇴거 통보 결정을 내리는 방법밖에 없다. 건물주도 임대 주택에 대한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세입자 퇴거 절차는 주별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퇴거 절차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퇴거 중단 명령을 시행 중이 주가 많아 렌트비 미납 세입자 퇴거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렌트비 미납 등 임대 계약 위반 세입자를 상대로 한 퇴거 절차는 행정 명령 완화 이전에도 시작할 수 있다.
◇ 일부 집주인 ‘음흉 요구’로 거액 벌금
렌트비를 못 내는 세입자에게 성희롱 등 불법적 요구를 했다가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조선일보가 NBC 방송의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하와이 주에서는 최근 건물주가 렌트비 미납 세입자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거나 성관계를 요구한 사례도 보고됐다. 주택 관련 성희롱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합의금이 수십만 달러를 넘는다. 캔자스 주 한 건물주는 렌트비 대신 성관계를 요구했다가 약 15만 달러의 합의금을 물었고 뉴욕 주에서도 같은 사례로 약 40만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에 합의한 건물주가 있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