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일이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에 주택 시장 상황이 불과 1달 사이에 180도 뒤 바뀌었다. 최근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바이어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는 가하면 셀러마저 주택 처분을 미루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가 3월 셋째 주 약 3,059명의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에이전트가 바이어의 관심도가 급감했다고 답했다. 불과 한주 전(약 16%)보다 3배를 넘는 조사 결과다.
하루가 멀다 하고 롤러코스터장세를 연출하는 불안정한 주식 시장이 바이어의 신뢰도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약 28%에 해당하는 에이전트가 주식 대량 매도 분위기로 바이어의 주택 시장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답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전례 없던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일상생활화하면서 셀러와 바이어 간 주택 매매 활동이 자연스럽게 중단되고 있다”라며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달인 2월의 재판매 주택 거래가 13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것이 이제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불안감에 휩싸인 것은 셀러도 마찬가지다.
설문 조사 참여 에이전트 중 약 3분의 1은 집을 내놓는 셀러가 줄었다고 답했고 5명 중 2명은 이미 집을 내놓은 셀러가 오픈하우스 일정을 취소했다고 했다. 그나마 집을 보여주기로 한 셀러 중에서는 집을 보러 온 바이어에게 출입 전 손 소독제를 사용하거나 손을 씻을 것을 요청하는 셀러가 급증했다고 에이전트들이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에이전트 역시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직업이 아니다. 일부 고령 에이전트가 젊은 에이전트에게 대신 집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는 등 에이전트 업계 역시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다.
뉴욕 소재 부동산 중개 업체 ‘마이어스&벤 팀’의 앰브로 마타지 에이전트는 “일부 고령 에이전트가 리스팅 근처에 거주하는 동료 에이전트에게 오픈 하우스 개최나 쇼윙을 요청하는 등의 새로운 분위기가 나타났다”라고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일부 에이전트는 타국은 물론 타주에서 매물을 보러 오기로 한 바이어들이 항공편을 취소하는 등 코로나19 여파를 호소했다. 주택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공포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직접 쇼윙을 자제하고 가상 쇼윙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 업체와 에이전트도 늘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은 모든 오픈 하우스 일정을 잠정 취소하고 대신 개별 쇼윙, 화상 채팅 쇼윙, 가상 쇼윙 등으로 대체했다.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이 주택 가격이다. 하지만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폭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매물이 극심한 부족 상태로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부족한 매물량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반면 경제 봉쇄 상태가 해결될 경우 잠재 수요가 쏟아져 나와 주택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주택 매물 수준은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고용 전망이 안정적인 경우에만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과열 양상으로 치닫전 주택 구입 경쟁 상황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지만 고용 전망이 안정적이지 못한 바이어는 주택 구입을 미루는 것이 안전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