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택 구입 계획자라면 치열한 구입 경쟁에 대비해야겠다. 수요는 폭등하고 있지만 매물량이 크게 부족해 최근 수년래 가장 극심한 경쟁이 예상된다. 모기지 이자율 급락에 주택 구입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매물은 지난해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어 주택 가격 급등 현상까지 우려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자율이 더 떨어지면 주택 수요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도 전망되지만 반대 현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USA 투데이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올봄 주택 시장 전망을 분석했다.
■ 1월부터 끓어올라
새해부터 이미 주택 시장 과열 양상이 시작됐다. 주택 구입자들은 새해 시작과 동시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왔지만 수요를 뒷받침할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주택 구입자들의 아우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의 대릴 페어웨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부터 이미 거래량이 늘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주택 시장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라며 “반면 현재까지 매물이 늘지 않아 극심한 주택 구입 경쟁 현상이 우려된다”라고 올봄 주택 시장 상황을 전망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만 해도 주택 구입자들은 올해처럼 조급해 할 필요가 없었다. 주택 매물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비교적 높았던 이자율 탓에 주택 구입 수요가 사라져 대부분의 구입자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매물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매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사정은 180도 뒤바뀌었다.
■ 매물 품귀 집값 급등 부추겨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1월 말 주택 매물 재고는 콘도 미니엄, 코압 형태까지 모두 합쳐 약 142만 채에 불과했다. 전달인 12월보다 약 2% 증가했지만 지난해 1월 대비로는 약 11%나 급감한 수치로 1월 매물 수준으로는 2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매물은 감소한 반면 주택 구입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 가격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레드핀에 따르면 1월 주택 중간 가격(신규 주택 포함)은 약 30만 6,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 시장이 출렁이면서 모기지 이자율 추가 하락 가능성도 커졌다. 모기지 이자율이 더 떨어질 경우 일시적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증가해 주택 시장 과열 양상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과 같이 기존 주택 재고가 부족한 대도시의 경우 수요 급증에 따른 극심한 구입 경쟁이 우려된다.
■ 코로나 사태, 회복세에 재 뿌릴 수도
미국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여파에 의해 주택 시장의 방향이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모기지 이자율 급락 현상은 코로나19에 의한 요인이 크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시장에서 안전한 채권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이자율 하락을 이끌고 있다. 이자율 하락은 단기적으로 주택 시장에 호재다. 이자율 변동에 따라 주택 구입 시기를 저울질하던 대기 수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불안 현상이 지속되면 주택 시장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시작된 주가 하락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자산 규모가 감소하고 고용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주택 수요는 일시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페어웨더 이코노미스트도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수년간 이어진 주택 시장의 강한 회복세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주택 시장 내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지속될 경우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입 능력 개선 효과는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주택 구입 활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금융 시장 불안으로 주택 처분을 미룰 경우 주택 시장 정체 현상이 불가피하게 된다. 페어웨더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여파가 주택 구매 활동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주식 시장 회복 여부에 따라 영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깡통 주택, 스테이 풋’이 매물 부족 원인
현재 주택 구입자를 울리고 있는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수년째 신규 주택 공급이 속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기존 주택 보유자 중에서도 집을 팔기를 꺼려야 하는 ‘스테이 풋’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한 2007년과 2009년 사이 주택을 구입했거나 보유했던 주택 보유자 중 당시 폭락한 주택 가격이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다. 지금 집을 팔아도 모기지 대출 상환이 힘든 이른바 ‘깡통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여전히 집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은퇴 연령에 접어든 베이비 부머 세대로부터의 기존 주택 매물 공급도 꽉 막힌 지 오래다. 보유 주택을 내놓고 작은 규모의 주택으로 ‘다운 사이즈’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된 자녀 또는 자녀의 가족과 함께 거주해야 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적지 않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가져도 학자금 대출과 높은 집값 등의 장벽으로 주택 구입이 힘든 젊은 세대가 부모의 집에 다시 돌아와 거주하는 비율이 꽤 높다.
■ 불확실성 커지기 전 구입 서두르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면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에 서두르라고 조언한다. 여름까지 기다릴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매물이 더욱 감소할 수 있고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지금이 주택 구입 시기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주택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 시장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려 자금력이 우수한 투자자들까지 주택 구입 경쟁에 뛰어들면 실 수요자들의 내 집 장만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