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서 대립 격화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상원 탄핵심판 과정에서 ‘스모킹 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볼턴 측의 반박으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가 탄핵심리를 요동치게 할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백악관이 관련 언급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걸 원천봉쇄하기 위한 전면전에 들어간 셈으로, 반면 볼턴 전 보좌관 측은 기밀 내용이 없다고 반박하며, 탄핵 심리 증언 가능성을 들어 출간 심의 절차를 조기에 마쳐달라고 촉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원고에 대한 예비 검토 결과, 이 회고록에 상당한 양의 기밀 정보가 포함된 만큼 현재 상태 그대로는 출판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러한 검토 작업은 책을 펴내는 모든 백악관 출신 인사들에게 적용되는 검열 절차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NSC는 볼턴 전 보좌관 측 변호인인 찰스 쿠퍼 변호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일부 정보는 일급 비밀 수준”이라며 “연방법 및 당신의 의뢰인이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권 확보를 조건으로 서명한 기밀유지 협약에 따르면 이 원고는 기밀 정보에 대한 삭제 없이는 출판 또는 공개가 불가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서한은 1월23일자로 돼 있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에 대해 쿠퍼 변호사는 이튿날 백악관에 보낸 답신 사본을 공개하며 “기밀로 분류할만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반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백악관과 쿠퍼 변호사 간의 서신을 통한 의견 교환은 뉴욕타임스(NYT)가 볼턴 전 보좌관 책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기 며칠 전에 이뤄졌다.
앞서 NYT는 볼턴 전 보좌관이 오는 3월17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상황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대선 주자의 수사를 연계하기를 원했다고 기술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볼턴 전 보좌관 등에 대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증인 채택 요구는 상원의 과반을 점한 공화당의 반대에 묻혀 싱겁게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담긴 ‘폭탄 발언’에 대한 NYT 보도로 국면이 완전히 새로워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볼턴 전 보좌관의 지난해 8월 인터뷰 동영상을 게재, “게임 오버(상황 종료)!”라고 주장했다.
이때는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되기 전 현직에 있던 시점으로, 볼턴 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발단이 된 지난해 7월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와 관련해 “매우 화기애애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정부 시스템, 자유시장 경제, 부패 척결 유지 등은 분명히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순위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최우선 순위”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은 볼턴 전 보좌관 스스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점을 내세워 회고록에 담긴 ‘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 연계 주장이 거짓이라는 논리를 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