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가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할 시기다. 올해는 부동산 시장에 큰 이슈 없이 차분한 성장세가 유지된 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로 이어지는 시기 모기지 이자율 급등 현상이 나타나 주택 시장 정체가 우려됐다. 하지만 이후 이자율은 다시 안정적인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주택 매수세를 이끌었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있었던 주요 트렌드와 뉴스를 되돌아본다.
■ 부동산 ‘스타트 업’ 바람
아이디어와 인터넷 기술을 앞세운 부동산 ‘스타트업’ 업체가 올 한해 눈에 띄게 늘었다. 스타트 업은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주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기존 매매 방식을 간소화한 것이 부동산 스타트업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업체로 ‘오픈 도어’(Opendoor), ‘노크’(Knock), ‘리본’(Ribbon), ‘호미’(Homie), ‘업네스트’(UpNest), ‘오퍼 패드’(Offerpad) 등이 있다. 이중 오픈도어는 무료 주택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셀러가 감정 결과에 만족할 경우 원하는 매매 완료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택 소유주의 일정에 맞춰 예상 매매 완료 기시를 변동할 수도 있다.
■ 비정규 대출 증가
낮은 대출 기준이 적용되는 ‘비정규 모기지’(Unconventional Mortgage) 대출이 올 초 증가했다. 모기지 시장 조사 업체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Inside Mortgage Finance)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발급된 비정규 모기지 대출은 약 34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4% 급증했다. 비정규 모기지는 같은 기간 전체 모기지 대출 발급액인 약 1조 3,000억 달러의 약 3%에 불과한 낮은 비율이다. 하지만 이 기간 정규 모기지 대출 발급액이 약 1.2% 감소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는 반대 현상으로 비정규 모기지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일반 대출이 감소한 사이 비정규 모기지 대출 발급은 급증한 것이다.
■ 서부 고급 주택가 찬바람
서부 해안가 고급 주택 시장의 매매 열기가 사라졌다. 치열하던 주택 구입 경쟁이 모습이 자취를 감췄고 가격마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부 지역의 고급 주택 시장은 이미 ‘바이어스 마켓’으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열기가 가장 빠르게 식은 지역은 시애틀이다. 아마존 특수로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오르던 주택 가격이 올 들어 수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 남가주 해안가 도시와 덴버 등의 지역의 고급 주택 시장도 파리가 날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부 지역 주택 시장 정체 현상은 지난해 급등한 모기지 이자율, 첨단주 하락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MLS 상대 집단 소송 제기
부동산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의 문제점을 이유로 ‘MLS’(Multiple Listing Service)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 측 법률인은 지역별 매물 등록 시스템인 MLS 상에서 행해지고 있는 부동산 수수료 분배 절차를 바로잡아 주택 매매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 제기 대상은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와 지역별 MLS 운영 기관 20여 곳, 대형 부동산 중개 업체 ‘리알로지’(Realogy), ‘홈 서비스 오브 아메리카’(Home Services of America), 리맥스, 켈러 윌리엄스 리얼티 등도 포함됐다. 원고 측은 피고 측이 집을 파는 셀러에게 바이어 부담 수수료를 부풀려진 금액에 지불하도록 요구하도록 공모한 점이 연방 반독점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 집 안 파는 노인층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뜻하는 ‘다운 사이즈’에 나서는 베이비 부머가 사라졌다. 대신 자녀를 키우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은 주택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베이비 부머가 늘고 있다. 낮은 연령대의 베이비 부머 세대에서 다운사이즈 비율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 ‘젊은’ 베이비 부머 세대 사이에서 60~70년대 가족 중심적인 가치관에서 형성된 ‘은퇴 후 다운사이즈’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주택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 현상으로 다운사이즈 용 주택 매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베이비 부머 세대가 지금 집에서 계속 거주하려는 ‘스테이 풋’을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다.
■ 부메랑 바이어 증가
주택 구입 자격을 회복한 바이어가 올 초 크게 늘었다. 이른바 부메랑 바이어로 불리는 이들은 바이어들은 향후 수년간 주택 구입 주요 수요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개인 신용 평가 기관 익스페리안에 따르면 압류, 숏세일, 개인 파산 등 급매 방식으로 집을 처분한 주택 소유주 중 약 280만 명의 급매 기록이 2016년 1월과 2018년 11월 사이 크레딧 보고서에서 삭제됐다. 크레딧 기록 개선으로 이들 중 약 11.5% 주택 구입 목적으로 볼 수 있는 신규 모기지 대출을 발급받는데 성공했다. 나머지 약 250만 명 중 절반이 넘는 약 53%는 모기지 대출 신청 기록은 없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우량’(Prime) 또는 ‘초우량’(Super Prime)에 해당하는 크레딧 점수를 회복했다.
■ 투자성 구입 급증
집값이 오르는데도 투자성 주택 구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꾸준한 주택 가격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플리핑과 임대 목적의 투자 구입 열기가 더욱 과열됐다. 대규모 ‘사모 펀드’(Private Equity Fund), 투기 성향 투자자, 일반 투자자들이 지난해 사들인 주택 비율인 전체 주택 거래의 약 11%로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투자성 구입 증가로 밀레니엄 세대 등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다.
■ 클릭 한 번에 구입 ‘아이 바잉’
올해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매매 방식이 등장했. 이른바 ‘아이 바잉’(iBuying)으로 불리는 즉석 주택 매매로 이미 이 방식으로 매매된 주택이 전국에 상당수에 달한다. 즉석 매매는 부동산 투자 기관이 ‘알고리듬’ 기술을 활용해서 산정한 주택 시세를 셀러에게 제시한 뒤 셀러가 이를 받아들이면 거래가 즉석에서 체결되는 방식이다.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도입된 기술이 바로 알고리듬이다. 알고리듬 기술을 활용, 셀러 측 공개 사항과 주변 시세, 주택 매매 타이밍, 인근 임대 주택 공실률과 같은 여러 요인을 분석한 뒤 주택 시세가 산출된다. 산출된 시세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투자 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셀러 측에게 오퍼를 제시해 주택 구입 의사를 전달한다.
■ 히스패닉 구입 열풍
히스패닉계의 주택 소유율이 급등했다. 10년간 히스패닉계 신규 주택 보유자 증가율이 타 인종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히스패닉계는 주택 시장 침체 최대 피해자였지만 향후 주택 시장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히스패닉계 주택 구입자에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는 물론 압류로 주택을 잃은 뒤 재구입에 성공한 ‘부메랑 바이어’ 등이 고루 섞여 있다. 히스패닉계의 주택 구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소득 증가와 모기지 대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히스패닉계 인구 중 최근 주택 구입 연령대에 진입한 밀레니엄 세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주택 소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이다.
■ 외국인 구입 급감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외국인 구입이 급감했다. 외국인 구입 감소는 미국 달러 강세, 매물 부족, 중국 자본 유출 단속 강화 등의 원인도 있다. 외국인이 구입한 미국 내 재판매 주택 규모는 약 779억 달러로 전년도 조사 기간의 약 1,210억 달러에서 무려 약 36%나 급감했다.
비거주 외국인 구입은 약 332억 달러로 전년(약 530억 달러) 대비 약 37% 떨어졌고 거주 외국인 구입 역시 약 447억 달러로 전년(약 679억 달러)보다 약 34% 감소했다. 외국인이 구입한 주택은 약 18만 3,100채로 전년 기간의 약 26만 6, 800채보다 약 31% 감소했다. 중국인 구입이 전년 대비 약 56%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인 구입 규모는 약 134억 달러로 전년 조사 기간의 약 304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 현금 구매 뚝
현금 구매 비율이 올 들어 뚝 떨어졌다. 올해 2월만 해도 전체 거래 중 약 23%를 차지했던 현금 구매 비율은 지난 6월 약 16%로 급감했다. 반면 모기지 대출을 낀 주택 구매는 큰 폭의 증가세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6월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5% 증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어에게 우호적인 시장 여건 형성과 모기지 이자율 하락 등이 ‘현금 구매 감소, 모기지 대출 증가’현상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개정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개정 발의안을 둘러싼 우려가 높아졌다. 개정 발의안이 시행될 경우 서류 미비자 가족이 1명이라도 포함된 ‘신분 혼합’(Mixed-Status) 가구는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외 대상 가구가 주거비 보조금을 받으려면 서류 미비자 가족과 따로 거주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외 대상 가구 중 상당수가 어린 시민권자 자녀를 둔 서류 미비자 부모로 주거비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자칫 이들 가구가 하루아침에 거리로 몰릴 수 있다. 개정 발의안은 지난 7월 이미 ‘국민 의견 수렴 과정’(National Public Comment Period)을 마친 상태다. 벤 카슨 ‘연방 주택 도시 개발국’(HUD) 국장은 발의안이 처음 소개된 지난 5월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을 받기 위한 대기 기간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며 개정 발의안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주거 정책 전문가들과 소비자 권익 단체들은 개정 발의안이 시행되면 정부가 기대한 결과와 달리 가뜩이나 높은 노숙자 비율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 구입 경쟁 크게 감소
치열했던 주택 구입 경쟁이 올 들어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이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8월 이른바 복수 오퍼 비율은 약 1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인 7월의 약 11.4%보다 소폭 하락했고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불과 1년 전 비율은 무려 약 42%에 달한 바 있다. 1년 중 주택 거래가 활발해야 할 여름철 성수기인 7월과 8월 구입 경쟁이 모습을 감춘 점, 불과 1년 만에 구입 열기가 급랭한 점 등과 관련,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셀러스 마켓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신호로 분석했다.
■ 치솟은 주택 자산 가치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미국 주택 소유주들이 보유한 주택 자산 가치는 약 6조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9년 약 2조 6,0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주택 시장 회복과 함께 주택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담보 대출 규모가 예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뉴욕 연방 준비은행에 따르면 담보 대출 규모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은행 전체 대출 자산 중 약 5%를 차지했던 담보 대출 비중은 약 2% 미만으로 떨어졌다.(연방 예금 보험 공사 자료). 주택 가격 급등과 모기지 대출 둔화로 주택 자산 가치가 사상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담보 대출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8년 발생한 서브 프라임 사태 때의 ‘학습 효과’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 증가
주택 보유자 중 자신이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는 부동산 자산은 많지만 가용자산이 없어 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 보유자를 일컫는 말이다. 주택 가격 급등으로 주택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한 반면 더딘 임금 상승 속도와 물가 상승 등으로 현금 보유율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 주택 구입자 연령 고령화
주택 구입자의 나이가 어느새 50대에 성큼 다가섰다. 인터넷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도이치 뱅크의 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택 구입자의 중간 나이는 47세로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1981년 조사 당시 불과 31세로 파릇파릇했던 주택 구입자의 나이가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구입자 고령화는 10여 년 전 발생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단절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도이치 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주택 구입자의 나이는 93년 한때 약 42세까지 치솟았지만 97년쯤 경제가 호전되면서 다시 약 35세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0년~2011년 경 40세를 넘긴 주택 구입자의 나이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올해 47세로 다시 고령화 현상을 보였다.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