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미니엄, 타운 하우스, 또는 ‘코압’(Co-Op) 형태의 주택 단지는 단지 내 공공시설 관리를 위해 ‘관리 위원회’(HOA)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일부 위원회는 입주 주민을 승인하기 전 재정 서류, 세금 보고 서류, 추천서 등의 서류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애완동물 면접을 요구하는 위원회까지 등장했다. 이들 위원회는 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주민에게 애완동물 면접 사진, 추천서 등의 서류를 ‘1차 서류 전형’ 목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하이디 디쿠와 칼 노튼은 최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약 50만 달러 상당 코압 주택을 구입하면서 난데없는 애완동물 면접 절차를 거쳐야 했다.
두 명은 주택 구입을 앞두고 평소 키우던 ‘슈누들’(Schnoodle•슈나우처와 푸들 잡종) 강아지 두 마리를 위원회 이사들 앞에 데리고 와야 했다. 이사들은 강아지들과 몇 분간 나름대로의 ‘의사소통’을 실시한 뒤 다행히 오케이 결정을 내렸다. 애완동물과 면접을 한다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스운 일이지만 입주 주민 승인 절차로 면접을 요구하는 위원회는 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뉴욕의 코압 주택처럼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애완동물 면접을 시행하는 위원회가 증가 추세다. 위원회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 새 등 종류 구분 없이 애완동물 면접 시행 권한을 위원회 규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위원회는 애완동물이 건물 공공장소에서 실례를 하고 다른 애완동물과 싸우거나 밤중에 시끄럽게 짖어 다른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절차라는 입장이다. 일부 위원회는 애완동물에 의한 인명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훨씬 까다로운 애완동물 면접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개 소통 전문가’(Dog Whisperers)까지 고용하는 위원회도 나타났다. 전문가는 약 10분간에 걸친 애완견 면접을 통해 주민으로 승인해도 될지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애완동물이 있는 바이어들도 나름대로 비상이 걸렸다. 원하는 집을 구입해야 하지만 가족처럼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애완동물 면접을 앞두고 수의사를 통해 애완견 진정제 처분을 받는가 하면 애완동물 행동 전문가를 찾아가 사전 면접을 받는 바이어도 등장했다. 애완동물 면접 당일 ‘면접용’ 셔츠와 넥타이를 입혀 면접관들에게 깔끔한 첫인상을 전달하는 것은 여느 회사 면접과 다르지 않다. 일부 코압 위원회는 제한 품종에 수십 개가 넘는 품종을 포함시켜 사실상 애완동물을 제한하는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면접을 통과해도 여러 단계에 걸친 시험 기간을 두고 이 기간 중 문제가 발생하면 애완동물 승인을 취소하는 위원회도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