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 큐사르는 초조하게 하늘을 쳐다봤다. 남가주의 부촌인 코로나 델마, 이른 오후였다. 6명의 촬영팀은 석양이 되기 전에 일을 끝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름이 이 부자 동네의 하늘 위에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었다. 촬영 일정표에 따르면 다음 장면은 비치로 향하는 두 커플이 우아하게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달리는 신이어야 하는데, 글쎄 날씨가 이래서야….
할리웃식 단편‘주택 영화’제작 유행
배우 출연하고, 스토리까지 도입해
남가주가 선도, 미 부동산 업계 주목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통해 유통도
다른 세트장에서라면 제작자나 감독이 “그래, 잠깐 쉬지”, 혹은 “내일 다시 하자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큐사르는 영화감독이 아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 이 필름의 주연은 잘 생긴 젊은 영화배우가 아니라(이미 4명의 배우가 세트장에 있긴 했으나) 그보다는 170만 달러짜리 집이었다. 바라기로는 두 젊은 커플이 와인을 마시고, 보드 게임을 한 후 근사한 방을 어슬렁거리는 이 짧은 필름을 통해 바이어들이 모여들기를 원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집 사진만 내놓는 것보다 사람들이 더 오죠.” 고급주택 전문 부동산 중개업체인 ‘부틱 리얼 에스테이트 그룹’을 이끄는 큐사르는 그의 비즈니스에 비디오를 도입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비디오가 주택 매매에 새로 도입된 마케팅 기법은 아니다. 넓은 앵글로 거실을 천천히 모두 보여 준다거나, 드론으로 잎새가 무성한 이웃을 촬영한 비디오 등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특별할 것이 없는 마케팅 도구가 됐다. 그러나 영화처럼 돈을 들여 배우와 조명기사를 고용하고 제대로 된 대본을 갖춘 미니 필름은 비디오 마케팅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분야다.
큐사르는 지난 2008년부터 영화 형식의 비디오를 제작했다. 제약회사 세일즈맨에서 당시 붐이던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지 2년 후였다. 그는 우연히 신랑 신부를 위해 감동적인 스토리가 들어간 결혼 비디오를 만드는 제작자를 보고 불현듯 이 생각이 났다고 한다.
“나도 같은 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물론 그 스토리는 집에 관한 것이었다. 고객이 집 안을 둘러볼 때 내가 고객에게 늘 하는 말 중 하나는 ‘여기서 크리스마스 만찬이나 생일파티, 혹은 (유대교의) 바 미츠바 의식을 갖는 걸 상상해 보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감성적인 면을 끌어 들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했던 결혼 비디오 제작자를 고용하고 2만 달러를 들여 촬영 장비를 갖춘 뒤 빌라팍의 지중해 스타일의 4베드룸 맨션을 포함해 100만에서 200만 달러 가격대의 오렌지카운티 주택의 판촉을 위한 단편 필름들을 제작했다.
비디오에는 금발의 젊은 부인이 피아노 앞에 앉아 프랭크 시나트라의 ‘서머 윈드’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서 일을 마친 남편이 포르쉐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나온다. 남편이 2층에서 샤워를 하는 동안 부인은 풍선을 든 친구와 아이 등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몰래 안내해 수영장에서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 노래소리가 점점 커질 때 남편은 계단을 내려오고, 거기 가족들과 생일 케익이 기다리고 있는 뒷뜰에서 근사한 그림같은 생일축하연이 열리는 것이다.
그 집은 170만 달러에 팔렸다. 빌라팍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린 주택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이 고품격의 비디오를 만들기 시작한다면 모델이나 배우를 출연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캐나다의 한 비디오 마케팅 관계자는 말했다. “고가의 주택은 그냥 주소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제작비는 3,000달러에서 7만 달러까지 천차만별. 제작비는 부동산 중개인이 부담하는 일이 많으나 어떤 때는 셀러와 상의해 비용을 분담하거나, 중개인 커미션에 얹어 주기도 한다.
할리웃 스타일의 비디오는 2007년 무렵부터 시작됐다. 그 전에 호화로운 집만 나오고 나머지는 덩그라니 비어 있던 그 전의 비디오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최고급 맨션을 매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이 그것이다. 집을 찍기 시작하면 더 활기 있게 보이기 위해 모델을 출연시키고, 다음에는 스토리를 넣고 싶어 하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프로덕션인 플래티넘HD는 할리웃 스타일의 부동산 필름은 자기들이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데, 지난 2011년 퀸스랜드에 있는 부동산 관리회사인 니오 프로퍼티를 위해 판촉 비디오를 제작, 세계적인 추세가 되도록 했다고 이야기한다.
LA의 부동산 에이전트 벤 배컬은 학생 때 영화를 전공했던 사람. 인터넷 회사에도 투자했고, 할리웃의 고가 주택 거래에는 고정 출연하다시피 하는 그의 이름으로 성사된 거래액이 20억 달러가 넘는다. 그는 리스팅 에이전트가 된 매물의 소유주에게 늘 프로페셔널한 비디오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 비디오 중 40% 정도에는 배우와 스토리가 도입된다.
예컨대 지난 2016년 3월 그가 리스팅을 따낸 4,850만 달러짜리 벨에어 주택은 남매를 주인공으로 하는 재미있는 스토리의 도입으로 비디오를 만들어 그해 12월에 3,900만 달러에 팔았다.
다음해에는 여배우 브리타니 머피가 마지막 생을 보낸 후 셜록 보니스라는 코기 종의 개에게 물려준 LA 라이징 글렌 로드에 있는 맨션을 더 익살스런 비디오를 제작해 매각했다. 리스팅 가격 1,850만 달러에 판매가는 1,450만 달러. 배컬의 비디오는 구성은 가볍지만 비주얼이 훌륭하고 유머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모션 비디오를 제작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는 베벌리힐스 힐 크레스트 로드에 있는 한 주택. 이 맨션은 스웨덴의 유명 게임업체 마인크래프트의 마쿠스 퍼슨에게 넘어 갔다. 그는 배컬이 제작한 단편 필름을 통해 롤스로이스를 타고 도착한 두 젊은 여성이 8베드룸에 15베스룸이 있는 이 집을 캔디 룸에서 24개의 좌석을 갖춘 영화관 등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구입을 결정했다. 8,500만 달러에 리스팅 된 이 집은 비욘세와 제이 지 등도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퍼슨은 필름을 본 후 7일 뒤 7,000만 달러에 이 저택을 구입했다.
리스팅 에이전트인 배컬은 이 집을 성공적으로 팔 수 있었던 것은 비디오를 잘 만들었을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유통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 필름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광고, 트위트, 링키드인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뜨렸다. 비디오를 미국 뿐 아니라 스웨덴에도 유통시킨 결과 스웨덴의 바이어가 이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노력이 값을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할리웃 스타일의 판촉이 남가주에서 피크에 다다른 것은 LA에서 샌디에고에 이르는 이 지역에 고가 주택이 넘쳐 나 마켓에 나와 있는 대기기간이 긴데다, 오픈하우스를 찾는 고객은 줄고, 부동산 에이전트들 간의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By Debra Kamin> 비디오 제작 문의: 770 622 9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