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영향 미쳐 염증신호 연쇄 촉발
‘항진균제’ 사용 치료법은 아직 시기상조
당신은 아마도 사람 몸에 박테리아가 우글거린다는 사실을 들었을 것이다. 약 100조개의 박테리아 당신 피부와 입 안, 그리고 내장 속에 살고 있다. 일부는 감염을 막아주고 음식물 소화를 도와주지만 당신을 병들게 하는 것들도 있다. 곰팡이류와 바이러스, 그리고 원생 동물문(protozoa)도 당신 몸을 집으로 삼는다. 곰팡이류는 규모로 볼 때 박테리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연구자들은 그동안 간과돼 온 이 유기체들이 생리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수치가 너무 늘어날 경우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최근 네이처지에 실린 새로운 연구는 곰팡이류가 위장 뒤에 소재해 소장으로 소화 효소를 부분비하는 췌장 깊이 침투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췌장암에 걸린 쥐와 환자들에서 곰팡이류는 건강한 티슈보다 3,000배나 더 확산됐다. 특히 한 곰팡이류는 췌장암 종양을 자라게 하는지도 모른다. 연구자들은 통상적인 췌장에 곰팡이류가 존재하고 질환이 발생했을 때 급속히 증식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연구를 주도한 뉴욕 의대의 조지 밀러 박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췌장은 균이 없는 기관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러 박사 연구를 비롯한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박테리아 같은 일부 미생물이 췌장과 다른 내장을 분리시켜주는 오디 괄약근이라 불리는 근육을 지나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밀러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쥐들에게 초록색 형광 단백질을 입힌 양조 효모균을 먹였다. 형광 표시는 효모균이 수분 안에 정말 소화장기에서 췌장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줬다.
쥐의 경우 췌장까지 도달한 곰팡이류는 내장에 남아있던 것들과는 달랐다. 췌장조직에 대량 서식한 것은 아스코미코타와 바시디오미코타 두 종류뿐이었다. 특히 췌장에 가장 많이 서식한 것은 말라세지아라 불리는 바시디오미코타의 속(屬)이었다. 보통 사람과 동물의 피부와 두피에서 발견되는, 피부 가려움증과 비듬을 유발하는 곰팡이류이다. 그동안 효묘균을 장염과 연관시킨 연구는 있었지만 암과 관련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진균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쥐의 곰팡이류가 없어지고 종양은 더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치료 받은 쥐들이 다시 효모균을 투입 받게 되면 종양은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한 전문가는 곰팡이 세포가 종양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징표라고 설명했다. 다른 곰팡이류를 투여 받은 통제그룹의 쥐들은 이러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암 발병과 관련해 유전적 요소 못지않게 ‘미소 소식환경’(microenvironment)이 중요하다는 과학적 합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보스턴 데이나-파버 암연구소의 브라이언 월핀 박사는 “암 세포만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그 세포가 서식하는 환경을 고려하는 관점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암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관들 뿐 아니라 주변의 건강한 조직들과 면역 세포들, 콜라겐, 그리고 종양 주변의 섬유질 등 모든 것들이 암 세포 성장을 촉진하거나 예방한다,
암의 확산과 관련한 요소로 미생물도 고려해야 한다. 췌장 속 곰팡이류 수치는 누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를 보여주는 생물적 지표가 될지도 모른다. “아직 췌장암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관여와 예방을 위한 엄청나 기회가 있다”고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병원의 췌장암 연구자인 크리스틴 도나효 박사는 말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5만7,000명이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예측은 형편없다. 4명 중 1명은 진단 1년 안에 사망한다. 5년 이상 생존하는 사람은 10명 중 한명에 불과하다. 암이 발견되면 수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표준 항암치료 또한 제한적이다. 뛰어난 표적 치료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췌장 속 곰팡이류가 어떻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곰팡이류는 특정 면역체계 단백질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호들을 연쇄적으로 촉발시킨다. 연구진인 렉틴 프로틴의 역할에 간섭하자 암이 멈추었으며 쥐들은 더 오래 살았다.
하지만 미생물과 숙주 사이의 관계는 아주 복잡하다고 밀러 박사는 말한다. 그래서 이번 발견이 암 치료에 적용되려면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생물 숫자는 사람의 연령과 식습관, 항생제 사용 여부, 그리고 항진균제 등 다영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스탠포드 대학의 미생물 전문가인 아미 바트 박사는 “대단히 흥미롭고 흥분되는 연구”라면서도 “많은 부작용이 따르는 다양한 항진균제를 암 치료법에 추가하기는 실험 단계라 할지라도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By Knvul Shei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