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수입과 지출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비상시에 대비해 얼마 정도의 여윳돈을 챙겨놓는 것이 좋을까. JP모간 체이스는 이와 관련된 새로운 분석 자료를 내놨다. 체이스 은행의 체킹계좌 수백만 개를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요즘은 비상금으로 3~6개월치 수입(넷 인컴)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경험 법칙보다는 훨씬 더 적은 액수가 비상금으로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3분의 2 정도의 가정은 이 정도 액수의 비상금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장비상금 액수 대폭 낮아져도 3분의 2는 미달
2,500달러 필요한 저소득 가정 고작 700달러 확보
매월 일정액, 혹은 보너스 받을 때 적립 바람직
갑작스런 지출의 증가나 수입의 급감에 대처하려면 중간수입 정도의 가정은 5,000달러 정도의 여윳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2,000달러 정도밖에는 없어 차액이 3,000달러에 달한다. 저소득 가정은 2,500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확보하고 있는 비상금은 평균 700달러 정도다.
하지만 3주치 수입 정도만 여유로 갖고 있어도 수입이 확 줄거나, 지출이 껑충 뛰는 상황에 부딪힐 때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주 발표된 JP 모건 체이스 인스티튜트의 수입 변동에 관한 리포트에 포함돼 있다. 이 리포트는 지난 6년간 체이스 은행의 체킹계좌 600만 개의 입출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것이다.
미국 가정의 비상금 부족은 지난 수년간 우려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 2015년 퓨 리서치 자선재단은 많은 가정이 2,000달러의 가외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연방 준비제도는 예상치 않게 400달러가 더 들 일만 생겨도 상당한 가정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지난 2013년 이후 미국 가정의 재정비상 대처 능력이 현저히 좋아졌다는 보고서가 지난 5월 발표되긴 했지만 미국 사정의 여윳돈 부족상황은 이처럼 심각하다.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경기 호황과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정이 필요한 여윳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번 달에 나온 전미은퇴자협회(AARP)의 공공정책 보고서는 밝혔다. AARP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53%가 비상시에 대비한 저축 계좌가 부족하며, 그 대다수는 50세 이상의 가계로 파악됐다.
부유할수록 저축이 더 쉽지만 실제로는 저소득 가정이 저축하려고 하는 반면 고소득 가정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AARP는 전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 15만 달러 이상 가정의 4분의 1이 비상시에 대비한 세이빙스 어카운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수입과 관계없이 비상 저축이 없으면 누구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고통 받게 된다고 AARP 리포트를 작성한 캐서린 S. 하비는 밝혔다.
물론 비상시에 대비한 저축 계좌가 없다고 해서 예상외의 지출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친지나 친구로부터 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시에 대비한 저축을 갖고 있는 가정일수록 재정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더 용이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집이나 차, 아니면 의료비용이든, 비상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미 소비자연맹에서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 ‘아메리카 세이브즈’의 조지 바라니 디렉터는 말한다.
어떻게 비상자금을 저축하나? 은퇴연금인 401(k)처럼 직장에서 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루덴셜 파이낸셜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별도 계좌인 ‘사이드 카’ 어카운트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사이드 카 계좌를 개설해, 일정 비율의 세전 수입이 매월 적립되는 은퇴계좌인 401(k)처럼, 세금을 제한 순수입 중 일정액을 적립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상상황이 닥쳐도 직원들이 융자를 하거나, 복리로 불어나는 은퇴연금의 돈을 빼 쓰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루덴셜은 고객사인 12개 기업이 직원들에게 이같은 비상저축 계좌 개설을 제안했고, 내년 봄까지는 10개 이상의 기업이 더 가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선트러스트 뱅크는 재정교육 코스를 마치고 매번 페이첵에서 일정액을 비상 저축계좌로 자동 이체되도록 하는 직원에게는 1,0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계좌는 은퇴계좌와는 연관돼 있지 않으며 어느 은행에 개설해도 상관없다.) 목표는 직원들이 필요시 최소 2,000달러 정도는 빼 쓸 수 있는 여윳돈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다음은 비상 저축계좌에 관한 몇 가지 질문과 대답.
■비상금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축 전문가들은 매 페이첵마다 일정액을 떼서 세이빙스 계좌에 넣는 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월급 때마다 돈을 떼 내야 하는 것보다 저축습관을 기르는데 더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JP 모건 체이스의 최근 조사결과 재정상태가 빡빡할 때 저축을 포기하는 가정의 경우, 매달 일정액 보다는 소득이 많아지는 예컨대 택스 리턴 때라든지, 연말 보너스가 나올 때 일정액을 적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6주치 소득 저축이 너무 과하다면?
적은 액수부터 시작하면 된다. 예컨대 250~750달러라는 많지 않은 저축만 있어도 저소득 가정에는 전기와 수도요금 같은 유틸리티비를 내지 못하거나,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문가는 “첫 목표는 500달러로 잡아라. 그것만으로도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콜렉션에 넘어간 체납액의 평균 액수는 400달러”라고 전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은퇴연금과는 달리, 비상 저축은 지금 당장 필요한 돈이라는 것이다. 차를 고쳐야 한다거나, 의사 오피스에서 온 청구서를 내야할 때 빼내 쓴 다음 곧 벌충해 놓아야 한다.
■월급 때 일정액을 저축계좌에 넣으려면?
대부분의 은행은 온라인 고객들에게 간단하게 체킹에서 세이빙스 계좌로 이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액을 자동적으로 저축하게 하는 Digits and Acorns와 같은 앱을 사용할 수도 있다.
페이첵이 은행으로 바로 입금되는 경우라면 은행에다가 일정액을 2개의 계좌에 나눠 입금시켜줄 것을 요청해도 된다. 온라인 고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미국 근로자 중 82%는 은행에 페이첵이 자동입금되는데, 은퇴연금 계좌가 아닌 세이빙스 계좌에 일정액을 나눠 입금되도록 하는 경우는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 전문가는 전했다. <By Ann Car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