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20대 아빠·2살딸
강 건너다 서로 껴안고 익사
국경장벽 건설 추진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반 이민 정책 속에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려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경지대에서 2세 여아가 아빠와 함께 강을 건너 밀입국하려다 익사한 모습을 담은 처참한 사진이 공개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AP통신은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 라미레스(26)가 지난 23일 가족과 함께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텍사스로 밀입국하려다 아내가 보는 앞에서 딸 발레리아(2)와 함께 강물에 휩쓸려 결국 익사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엎드린 자세로 강물에 떠있는 부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장은 모국에서의 힘든 삶을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중남미 이주민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 신문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라미레스는 당초 딸을 데리고 강물을 건너 미국 쪽 강둑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멕시코 쪽에 있는 아내 바네사를 데려오려고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가자 혼자 남겨진 발레리아가 놀라 아빠를 따라 강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라미레스는 헤엄쳐 딸에게 다가가 붙잡았지만 급류에 휘말리면서 결국 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진은 지난 2015년 터키 남부 해변에서 발견된 3세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4년전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지며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애도를 표했고, 난민의 일부나마 수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텍사스로 밀입국 하려다 익사한 부녀의 모습. 2살 된 발레리아의 가느다란 팔이 아빠의 목을 감고 있다. <본보는 참혹한 장면이 담긴 이 사진의 게재를 고심했으나 초강경 이민 정책 속에 밀입국 이민자들이 처한 실상을 잘 드러낸다고 판단, 지면에 싣기로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