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및 진보성향 두 대법관
기명 의견서 통해 의견대립
소송 제기 시 내부 격론 예고
조지아와 앨라배마 등 몇몇 주의 새 주법 제정으로 인한 반 낙태 논란과 관련해 연방대법원 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 대법관과 보수 성향 대법관이 과거에 제정된 반임신중단법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연방대법원이 28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과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2016년 제정 인디애나 임신중단 제한 법률에 관한 판결에서 별도 기명 의견서를 통해 대립된 입장을 피력했다.
대법원은 이날 해당 주법 중 인종 및 성별, 장애 등 특정 이유에 따른 임신중단 시술 제한을 규정한 부분의 효력을 부인했다. 반면 대법원은 시술 후 배아 및 태아 잔여조직 처분을 제한하는 주법의 효력은 인정했다. 임신중단 시술 제한에 관한 구체적인 판결요지는 서술하지 않았다.
토머스 대법관은 그러나 총 20쪽에 달하는 별첨 기명 의견서를 통해 "미국에서 임신중단 합법화의 토대는 20세기 초 산하제한 운동으로 세워졌다"며 "산하제한 운동은 미국의 우생학 운동과 동시에 발달했다"고 발언, 임신중단과 우생학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많은 우생학자들이 임신중단 합법화를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임신중단이 원치 않는 특질을 가진 어린이 제거를 위해 이용되면서 기술의 진보는 임신중단의 우생학적 가능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임신중단이 우생학적 조작 수단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 법원은 조만간 인디애나와 같은 주법들의 합헌성에 직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아울러 "헌법 자체는 임신중단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긴즈버그 대법관은 2쪽 분량의 별첨 기명 의견서를 통해 이번 판결에서 효력이 인정된 배아 및 태아 잔여조직 처분 제한 규정에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특히 "이번 소송은 (배아 및 태아의) 생존능력보다 우선하는 여성의 임신중단 선택권 및 국가의 개입 없는 임신중단 시술 권리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디애나주의 시술 잔여조직 처분 제한은 사실상 배아 및 태아 조직을 인간 시신으로 간주하는 임신중단 반대론자들의 논리와 부합한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아울러 토머스 대법관이 기명 의견서에서 임신중단 시술을 받고자 하는 여성을 수차례 '엄마'로 표현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헌법상 보호되는 임신종료 권리를 행사하는 여성은 '엄마'가 아니다(a woman who exercises her constitutionally protected right to terminate a pgnancy is not a "mother")"라며 "시술 후 요구되는 비용과 잠재적으로 유발될 수 있는 트라우마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지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가 확립됐다.
그러나 임신중단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 대법관을 연이어 임명하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앨라배마, 조지아 등 여러 주에서 임신중단 시술에 제한을 가하는 법률이 통과되면서 이날 판결은 임신중단 문제에 대한 현 대법원의 향후 행보 가늠자로써 주목을 받았다.
한편 캐버노 대법관과 고서치 대법관은 이날 판결에 별도 기명의견을 내지 않았다.
진보 성향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보수 성향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