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7세인 헤이든 마이어는 이번 달 30일 안과 진료예약을 취소하고 말았다. 세금환급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력에 나빠지면서 4년된 안경을 바꾸려고 했지만 잠시 미뤄야 한다. 당분간 밤운전은 피할 셈이다. 265달러 안경비가 수중에 없다 보니 마이어는 세금환급금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세금환급금을 지급 시기에 의료비 지출과 병원 방문이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한꺼번에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서 세금환급금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통사람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음을 나타내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19일 블룸버그는 JP모건 체이스 연구소가 지난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세금환급금 지급 시즌 동안 본인부담의 의료비 지출이 60%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그중 상당액이 클리닉이나 병원 등 의료 기관에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세금환급금과 의료비 지출의 상관관계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세금환급금을 지급받은 주에 의료비 지출을 한 납세자의 수가 약 1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그간 세금환급금의 대부분이 현금 인출, 또는 신용카드 빚 상환, 아니면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내구재를 구입하는 데 쓰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치과와 같이 한번에 환자가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높은 진료과목이 세금환급금 시즌에 방문 1순위에 꼽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여유가 없다 보니 치과 진료를 수년간 지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세금환급금의 상당액이 의료비 지출에 쓰이는 것은 그만큼 미국 의료비가 급상승해 왔다는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높은 의료비가 부담이 돼 병원 방문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먼웰스 펀드’(Commonwealth Fund)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3명중 1명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 방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될 정도다.
의료비보다는 치료에 더 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의료비를 놓고 병원비 담당자와 협의하는 현실은 차지하더라도 기업과 보험회사들이 경비 절감을 이유로 피보험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진료 지연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