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판사 재량권 제한
최초로 100만건 넘어
이민 법원에 계류 중인 적체 소송건수가 100만건을 넘어서 적체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법원제도가 도입된 이래 적체소송이 100만건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라큐스대학교 사법정보센터(TRAC)가 7일 공개한 이민법원 적체 소송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회계연도 말인 지난 9월 30일 현재 109만 8,468건의 소송이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TRAC이 연방 정보공개법(FOIA)을 근거로 연방 법무부로부터 받은 이민법원 소송처리 현황자료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TRAC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상태라 알 수 있는 ‘활성소송 적체건수’(On Active Docket)가 76만 8,257건으로 전년 대비 48.9%가 증가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22만 5,846건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월 재판을 재개하기로 한 ‘행정종결’상태에 있는 추방소송 33만여건을 더하면 적체소송 건수는 109만건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 TRAC측의 분석이다.
TRAC은 이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판사들의 행정종결 재량권을 대폭 제한하고, 행정종결된 소송들을 재개하도록 하면서 이민소송 적체가 수직 상승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TRAC측은 활성상태에 있는 이민소송 76만 8,257건과 행정종결 처리된 비활성 소송건수 33만 211건을 합치면 적체 소송은 109만 8,46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도 적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소송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소송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판사를 대폭 증원하고, 신속재판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적체해소 노력을 기울여 2018회계연도에 완결된 소송은 21만 5,569건으로 3.9%가 늘었다. 하지만, 이민단속이 강화돼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이민자는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기간 이민법원 신규소송은 28만 7,741건으로 7,5%가 늘어났다. 소송처리 속도가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TRAC측은 이민법원이 매년 제기되는 신규소송을 처리하지 않고, 109만여건의 적체소송 처리에만 몰두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5.1년이 걸려야 소송적체가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