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 3인방 기소는 출발점일뿐”
사법방해 혐의 수사도 탄력 받을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가 30일 기소됨에 따라 로버트 뮬러 특검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또 매너포트의 오랜 사업 파트너로 역시 지난해 대선캠프에서 부본장을 맡았던 리처드 게이츠와 캠프에서 외교정책고문을 지낸 조지 파파도폴로스도 기소 명단에 포함되는 등 캠프의 핵심 3인방이 나란히 기소됐다.
지난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 대선 내통 의혹을 둘러싼 수사의 칼자루를 쥔 뒤 이뤄진 첫 기소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측근 기소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지난 1월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뮬러 특검의 칼끝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할 수 있는 데다, 사법방해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경우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탄핵론이 다시 부상할 수도 있어 수사 향배에 따라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매너포트의 기소에 대해 “이는 뮬러 특검의 수사 출발점이지, 종착역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집권의 위기국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매너포트는 대선 기간 러시아 정부와 연계 의혹이 제기된 러시아 변호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간 회동에 동석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받아왔다.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 간 공모를 위한 불법적 해외로비 활동과 돈세탁, 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뮬러 특검은 그동안 미국 정가를 뒤흔든 이번 수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 측근의 각종 사업 및 금융거래로 수사를 확대하는 등 전방위 조사를 벌여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현직 참모진들에 대한 대면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너포트의 기소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전반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지만, 최측근의 기소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이번 수사의 최종 타깃이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가운데 수사 향배에 따라 대선 당선의 정통성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WP와 메릴랜드 대학이 공동실시해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대선이 적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4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집권 후 안팎으로 수많은 ‘정적’을 만들며 좌충우돌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감세안, 오바마케어 폐기 등 각종 국정과제 추진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대선 기간 내통·공모 의혹과 함께 이번 특검수사 대상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조사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을 중단시키려는 사법방해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문제를 고려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