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첫광고

[캐서린 램펠 칼럼] 돕스 판결의 후유증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09 11:45:08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1년 전, 여성의 낙태권 보장 판례를 기각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공화당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어떨까? 공화당 의원들은 말 그대로 어려움에 처한 산모와 그들의 어린 자녀로부터 음식을 빼앗아가려한다.   

공화당은 이번 주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연례 농업지원법안에 ‘여성, 영유아 및 어린이 특별 영양보조 프로그램’(WIC: Special Supplemental Nutrition Program for Women, Infants and Children) 예산 삭감 조항을 포함시켰다. 농업지원법안은 농촌개발을 위한 연방정부의 무상지원과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저리 융자 프로그램 제공을 골자로 하는 지출법안이고, WIC는 저소득층 가족들에게 영양 보충 식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WIC는 정부의 많은 보조 프로그램들 가운데 ‘투자효율성’이 가장 높지만 그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WIC는 저소득층에 속한 임신부, 갓 출산한 여성과 유아 및 어린 자녀들의 영양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1970년대에 마련됐다.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푸드스탬프 프로그램 수혜자들은 월 지원금 한도 내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식품을 거의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는데 비해 WIC는 출산 전후의 여성과 만 5세까지의 자녀들에게 요구되는 필수 영양식품으로 구입가능품목을 제한한다. 정부당국은 정기적이고도 과학적인 검토를 통해 이들이 꼭 필요로 하는 식품을 법으로 지정한다. 

WIC는 (예를 들어 걸음마 단계인 아이에게 l개월간 최고 열두 개의 계란 섭취를 권하는 등)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영양식품 식단을 뽑아낸다. 이와 함께 모유 수유에 관한 상담과 약물남용 방지 프로그램 등 임신부와 산모를 위한 건강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안내하거나 제공한다. 말하자면 WIC는 부유한 국가의 정부가 저소득 가구의 어린이와 산부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건강지원 프로그램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정부는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 수십 년 간 WIC는 공화, 민주 양당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 1997년 이후 의회는 WIC 연간 예산을 단 한 번도 삭감하지 않았고, 수혜 자격을 갖춘 신청자는 빠짐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브루킹스 인스티튜트 연구원인 로버트 그린스타인에 따르면 어느 당이 백악관을 접수했건,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회를 양분했거나 심지어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장악했을 때조차 정부는 흔들림 없이 WIC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사실 경기침체와 예상치 못한 식품가격 급등으로 배정된 예산보다 더 많은 기금이 필요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때조차도 의회와 연방 농무부는 자격을 지닌 신청자 모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처럼 확고한 WIC 지원의지가 최근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예산 및 정책우선순위 연구센터는 공화당이 장학한 하원의 2024 회계연도 농업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530만 명의 어린이와 임신부 및 임산부가 WIC 수혜자격을 상실하거나 혜택 축소를 겪을 것으로 추산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60만 명의 기존 가입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축소된다.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의 추천에 따라 지난 2021년 확대됐던 과일과 야채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산부족으로 수혜자격을 충족시킨 신청자 65~75만명의 프로그램 신규가입이 불허된다. WIC 프로그램 신규가입을 신청한 취약가정에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대기자 명단에 올린다는 하원의 계획은 반세기만에 처음 나오는 조치다. 게다가 법안이 발의된 타이밍이 좋지 않다.  

연방대법원의 돕스(Dobbs) 판결에 하원 농업지원법안 발의자인 메릴랜드 출신의 하원의원 앤디 해리스를 비롯한 공화당의원들은 일제히 환호했으나 자녀 부양준비가 안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선택할 수 없게 된 수천 명의 임신부들은 충격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최근에는 전국적인 유아식 부족현상까지 발생했다. 신생아를 둔 가정마다 유아식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와중에도 (해리스를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바이드노믹스를 비난하는 정치적 선전물로 이용한다.

물론 인플레도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치솟은 밥상 물가로 어려움을 겪자 공화당은 “인플레를 잡으려면 정부지출부터 과감히 줄여야 한다”며 물가고를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 주장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늘 그렇듯,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말보다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공화당이 WIC 자체에 대한 반감, 혹은 빈민을 괴롭히려는 의도에서 프로그램 축소를 제안한 것이 아니다. 단지 공화당이 갖고 있는 정책 우선순위가 민주당의 순위와 다를 뿐이다. 공화당은 채무한도 현상에서 합의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비국방부문 지출 삭감을 밀어붙이기로 작심한 듯 보인다. 공화당 스스로 좁게 설정한 예산 테두리 안에서 국경 안보 등 그들이 원하는 선순위 프로그램을 지키려다보니 아무래도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 칼질을 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원 공화당이 빈민가정에 태어난 아기나 이들의 엄마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에게 관심이 없을 뿐이다. 

여기서 비비꼬인 역설이 끼어든다. 만약 공화당의 우선순위가 재정 적정성이라면, WIC는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이다. 입수가능한 여러 연구자료에 따르면 WIC에 사용되는 1달러는 기타 정부지출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1달러보다 더 많은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임산부와 유아의 영양을 지키기 위한 투자는 조기출산 감소, 신생아체중 증가는 물론 유아의 정신 및 신체발달 개선과 밀접히 연관되어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WIC 예산삭감이 책임있는 재정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은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리는 정책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파트 C와 D의 상관 관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파트 C와 D의 상관 관계

최선호 보험전문인 몇 가지 술에 여러 가지 향료, 조미료, 감미료 등을 섞어 만든 것을 우리는 ‘칵테일’이라고 부른다. ‘칵테일’ (Cocktail)이라는 말을 직역하면 ‘수탉 꼬

PCA 포장업체, 애틀랜타 인근 공장 폐쇄
PCA 포장업체, 애틀랜타 인근 공장 폐쇄

피닉스 인근 새 공장 개설 예정고객 서비스 향상 위해 결정 지난 9일 PCA(Packaging Corporation of America)가 103명이 근무하고 있는 애틀랜타 인근

주지사, 학교안전 보조금 5천만 달러 추가 배정
주지사, 학교안전 보조금 5천만 달러 추가 배정

총 보조금 1억5,800만 달러로 늘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3일 올해 조지아의 학교 안전을 위해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켐프 주지사는 2

[내 마읨의 시] 등불
[내 마읨의 시] 등불

장명자(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바람이 당신을 부르고 흔들 거릴때우리 마음에 심은작은 등불을 켜요 잔잔한 호수에아픔은 아픔으로 담그면서사람은 사랑으로 안으면서한 방울 기름으로 남아

[화요 칼럼] 하얼빈과 꼬레아 우라!

땅 땅 땅!이토 히로부미는 쓰러졌고 기차역 하얼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안중근의 피맺힌 절규는 하늘을 찢었고 목숨을 건 외침은 오늘도 우리를 전

아들 혼자 걷게 한 엄마 체포 사건 2라운드
아들 혼자 걷게 한 엄마 체포 사건 2라운드

해당 여성 유명TV 토크쇼 출연체포 부당 호소∙∙∙동조여론 확대 10세 아들이 동네를 혼자 걷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던 조지아 여성이 TV  토크쇼에 출연해 당국의 조

〈한인타운 동정〉  감자탕 전문 이바돔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
〈한인타운 동정〉 감자탕 전문 이바돔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

감자탕 전문 이바돔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귀한 손님께 정성스럽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감자탕 전문점 이바돔이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로 황제 우거지탕을 9.99불에 제공한다

켐프, 조지아 인프라 개선에 10억 달러 투자
켐프, 조지아 인프라 개선에 10억 달러 투자

조지아 매치 확대, 소송규칙 개편 조지아 주의회 입법회기가 개막한 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의 급증하는 흑자를 활용해 10억 달러 이상을 대규모 도로 건설 프로젝트와 주

마치 공항처럼∙∙∙등교 때도 금속탐지기 통과해야
마치 공항처럼∙∙∙등교 때도 금속탐지기 통과해야

총격참사 애팔래치고에 금속탐지기교육청, 관내 타 학교에도 설치 추진 지난해 총격참사를 겪은 애팔래치고에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 학교 안전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

코윈 애틀랜타 올해 첫 정기모임 개최
코윈 애틀랜타 올해 첫 정기모임 개최

조앤나 조 총무, 엘리사벳 지 회계 선임 세계한민족 여성네트워크(KOWIN) 애틀랜타지회(회장 김문희)는 13일 오후 6시 둘루스 한식당 청담에서 2025년 첫 정기모임을 개최하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