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분규
메릴랜드주 순회법원서
현 지도부 가처분 “승소”
실추된 위상 회복 과제
미 전역의 1,000여개 한글학교를 대표하는 뿌리교육 단체인 재미한국학교협의회(The National Association for Korean Schools·이하 NAKS)가 3년 가까이 전·현직 지도부 간 내분에 휩싸인 끝에 현 지도부를 인정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는 사이 NAKS는 한국 정부로부터 분규 단체로 지목돼 지원이 끊기는 등 위상이 실추돼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오랜 역사에 걸맞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981년 창립돼 44년의 역사를 가진 NAKS의 내홍은 지난 2022년 9월 시작됐다. 직전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사업을 추성희 당시 신임회장이 잠정 중단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다음해 추성희 회장 반대파는 회계 문제, 임원 자격을 문제 삼으며 추 회장의 권한 정지과 해임을 요구했고, 추 회장 쪽은 반대파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맞서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의 분규가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6월 원고 측인 추성희 직전 총회장, 권예순 22대 총회장, 박종권 16대 이사장 등이 지난해 8월 법원에 22대 총회장 권한대행과 16대 이사장이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는 손민호씨와 이기훈씨를 상대로 자격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을 진행한 메릴랜드주 하워드 카운티 순회법원은 지난 12일 원고 측을 합법적인 NAKS 운영 대표로 인정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해 제출된 원고 측의 가처분 금지명령 신청서와 이에 대한 피고의 반대 의견, 그리고 지난 6일 공개 법정에서 이루어진 당사자 및 기타 증인들의 증언, 그리고 당사자들의 주장들을 고려한 결과, 원고는 권예순 총회장과 박종권 이사장이 선출됐다는 것을 증명한 반면 피고들은 현재 주장하는 NAKS의 직위가 유효하게 선출되었음을 입증하지 못해 원고의 가처분 신청을 승인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피고 측에 대해 ▲NAKS의 명칭, 로고 또는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NAKS의 은행 계좌 접근 및 자금 사용 금지 ▲NAKS 회장 또는 이사장 직위를 주장하는 행위 금지 ▲NAKS와 그 회원 간의 관계를 방해하는 행위 금지 ▲NAKS와 모국 간의 관계를 방해하는 행위 금지 등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의 내분을 끝내고 정상적인 단일 단체로서 공식적인 판결을 받게 됐다”면서 “NAKS의 정상화를 위해 화합과 단결에 힘쓸 것을 다짐하며, 피해 회복 및 보상 방안을 변호인단과 협의하여 NAKS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피고 측인 이기훈씨는 “원고 측이 제기한 가처분 명령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면서 “본 재판으로 갈지 등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람들과 의논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외동포청은 NAKS의 내홍과 관련해 지난 2023년 말 분규 단체로 분류하고 지원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