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며
엘리트 여성들 커리어 중도 포기
탄력 근무 알선하는 회사 등장
직장 내 여성 차별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남성에 비해 봉급이 낮고, 회사 고위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낮다. 왜 그럴까? 여성은 결혼해서 자녀가 생기면 일을 그만둘 확률도 높다. 왜 그럴까? 직장 내 남녀 불평등의 주된 이유는 고용주의 기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이 오래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기를 바라는 고용주의 기대이다. 그런데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은 육아 책임 때문에 고용주의 기대를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뒤처지는 주된 원인이다.
경제학자들은 직장 내 남녀 불평등을 해소할 장기적 대책으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성을 꼽는다. 근무 시간과 장소를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탄력 근무제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직원은 많지 않다. 본인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는 봉급 인상이나 승진에서 당장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유연성 스티그마’라고 부른다. 기업들이 이런 정책을 내놓아도 직원들이 이를 선뜻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둔 채용 알선 회사가 생겼다. 기업들의 직원 채용 정보를 사이트에 올리기 전에 근무 시간과 장소를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문제를 고용주와 미리 협의해두는 것이다. 전문직 여성 둘이 만든 워크(Werk)라는 회사이다.
워크의 사이트에 오른 일자리들은 페이스북, 우버, 삼성 등의 대기업을 포함, 모두 대단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자리들로 직원 스스로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가 있도록 보장해준다. 취업 희망자들은 근무시간 전체나 일부를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할 수 있고, 아침 9시에서 저녁 5시가 아닌 다른 시간을 선택할 수 있으며, 파트타임 혹은 출장이 별로 없는 풀타임 근무 등을 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필요할 경우 기존의 근무 일정도 마음의 부담 없이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기가 밤새 보채서 한숨도 못 잤다거나 노부모가 응급실로 가는 등 예측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났을 경우 회사 측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근무 시간 조정을 받아들여 주는 조건이다.
“아이가 갑자기 토해서 출근을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을 바라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고 워크의 공동창업자인 애니 딘은 말한다.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컨설턴트였던 애나 아우어바크와 워크를 창업했다. 기업들 중 80%는 탄력 근무제를 제공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탄력 근무를 하려하면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 분위기라고 그는 말한다.
현재로서 워크가 제공하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대부분 작은 회사들이고, 고학력에 고위직 트랙을 밟는 엘리트 그룹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워크의 제한된 경험을 통해서 일하는 엄마들의 근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학력이 낮은 여성 혹은 시급으로 보수를 받는 여성들은 전문직 여성들에 비해 유연성을 갖기가 훨씬 어렵다. 그러니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훨씬 더 힘들다.
워크는 엘리트 여성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회사이다. 고학력의 높은 연봉을 받는 직종의 엘리트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게 되면 그들 특유의 도전을 맞게 된다. 비즈니스나 법 전공 분야들이 이에 포함되는데 이들 분야는 성 평등이 가장 안 되어 있는 곳이기도 한다.
이유는 근무시간이 길고 유연성은 매우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고학력 여성이 엄마가 된 후 직장을 떠날 때는 도무지 융통성을 허용해 주지 않는 고용주들 때문에 밀려난 느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로 인해 미국 대기업의 최고위직은 여전히 남성 일색이다. S&P 500 기업들의 CEO 중 여성은 4%에 불과하다.
엘리트 여성들은 최상위 리더십 역할을 맡기를 원한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가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하루 16시간을 책상 앞에서 근무하면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인생의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딘은 말한다. 딘과 아우어바크 모두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서 워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퓨 여론조사에 의하면 직장일하는 엄마들 중 70%는 탄력적 근무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장 가진 아빠들의 48%도 같은 대답을 한다.
탄력 근무제는 이직을 줄이고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것으로 관련 연구결과 나타났다. 그럼에도 근무일정과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경우는 대단히 제한된다. 오래 일해서 회사가 신임하고 있고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직원들에 주로 국한된다.
워크를 이용하는 고용주들은 유연성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채용이 어려운 엘리트들을 구하기 위해 워크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에 사는 에린 파스(33)는 남편이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로 전근하면서 일자리를 새로 찾아야 했다. 현재 임신 중인데다 2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파스는 파트타임으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일을 원했다. 그는 워크를 통해 이런 조건을 만족 시켜주는 일자리 세 곳을 찾았고, 그 중 비영리기구에 컨설팅을 해주는 콜렉티브 굿이라는 회사에 비즈니스 매니저로 들어갔다.
그는 현재 일주일에 20시간 일을 한다. 10시간은 아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아이를 재운 후 10시간 일을 한다. 회의 몇 개에 참석해야 하는데 그때면 구글 행아웃을 이용한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길 때는 딸에게 아이패드를 쥐어준다. 출산을 하고 출산휴가를 마치고 나면 그는 풀타임으로 일할 계획이다.
하지만 탄력 근무제로 직장가진 모든 엄마들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없는 직종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직종, 예를 들면 교사나 조리사 같은 경우이다. 하지만 조정 가능한 직종의 회사들이 탄력 근무제를 허용한다면 많은 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갈등을 줄이며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의 에린 파스는 집에서 근무를 한다. 일주일에 20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데 10시간은 베이비시터에게 딸을 맡기고, 다른 10시간은 아이가 잠든 후 일을 한다. 엘리트 여성들에게 탄력 근무제를 조건으로 취업을 알선하는 회사가 생기고 있다.

재택근무 직원들은 컴퓨터를 통해 회의를 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장거리 회의가 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