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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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그의 눈 가장자리에 머물렀던 가을 햇볕

담장에 가을이 쌓여가고 아무렇지도 않게 비 그친 날똑똑 노크하듯 잊고 있던 그 이름을 불러본다  어느 날 불쑥 솔향기로 다가와막무가내로 내 영혼을 흔들어 놓았던 사람무모하리만치 외골수였던 사랑과 철없는 열정은아픈 쳥춘으로 끝났지만나에겐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시절이었다  쇼팬하우어의 인생론을 이야기하며먼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눈 가장자리에 머물렀던 가을 햇볕한 잎 외로운 철학도를 통해 꿈을 꾸듯문학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었다  가을이 깊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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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일기를 쓰다

일기는사라지는 것들을붙드는 시간생각 하나 꺼내어세미한 진동을 거친 후침낭에 눕히는 하루꿈이 녹아 있는 고백 위로실개천이 흐른다  일기는 보이지 않는 눈물달빛이 고여 있는 그리움고달픈 삶이 준 그늘이지만거기에 앉아 있으면소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제도 내일이 되면한 장의 노을이 되어시간의 줄 위에 추억이 되리가슴 속에 웅크린 허무를 꽃으로 빚어내기 위해난 오늘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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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푸르른 아침을 기다리며

순간의 만남이저에겐찬란한 빛이었습니다  거친 세상의 바람 속에서지우고 다듬고 다시 그려도실패의 연속 뿐인수많은 붓놀림 중당신의 한 획이내 작품의 성공입니다  소리없이 다가온 잿빛 그림자두려움이 엎드리는 저물어 해 질 때에아침을 열기 위해 떠나는 당신가시는 길 따라 내딛는 첫 걸음이하늘길의 시작임을 알게 하십니다  태초가 어제 같은 오늘내 이름 부르시는고요한 언덕에서다시 새로운 꿈을 꾸며당신만으로 푸르른아침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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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텃밭 그늘에 앉아

 올해도  들깨며 고추 상추가 잘 자라고 있는 뒤뜨락 텃밭꿀벌이 윙윙대는 여름날 밭에 들어서면 머리에 하얀 무명수건을 두르신 어머니가 보인다  유복자 동생을 품에 안고 일찍 홀로되신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따라가다 보면밭 그늘에 앉아 흥얼흥얼 노래하시던 모습이 한묶음의 추억이 되어 펄럭인다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그렁그렁 눈물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굳은 다짐 같기도 한 엄마의 노래뙤약볕의 치열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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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치매

 멈칫거리며 껌벅이더니어느 날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와둥지를 틀었다 목숨보다 끈질긴 핏줄도차마 잊을 수 없는 애달픈 사랑도다 놓아버린 채하얗게 정적이 흐르는 시간 속으로들어가 버렸다 바람도 굳어버린 어둠에 갇혀꿈속에서 또 꿈을 꾸며한 웅큼 공허가 되어무엇을 바라보는가 자욱한 안개만 피어오르는당신의 나라에서지난 세월만 만지작거리며모두를 뒤로한 채희미한 미로속으로홀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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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내게 주신 시간 속에는

 아침에 걸었던 숲길엔방금 얼굴을 내민햇살 하나가나무들 사이로길을 찾으며잠든 숲을 깨우더니 뜨겁게 이글거리는정오의 태양은초록의 함성을지르고 있는뒷뜰의 나무들을잠 재우고 있습니다 주님이 내게 주신시간 속에는아픔도넘어짐도일어섬도나를 만드는보석이 되어 슬픔도 기쁨인 듯약함도 강함인 듯영원으로 가는 길 위에아름다운 그림으로가지런히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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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내게 주신 시간 속에는

아침에 걸었던 숲길엔방금 얼굴을 내민햇살 하나가나무들 사이로길을 찾으며잠든 숲을 깨우더니뜨겁게 이글거리는 정오의 태양은초록의 함성을지르고 있는뒷뜰의 나무들을잠 재우고 있습니다주님이 내게 주신시간 속에는아픔도넘어짐도일어섬도나를 만드는 보석이 되어슬픔도 기쁨인 듯약함도 강함인 듯영원으로 가는 길 위에아름다운 그림으로가지런히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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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뒷 뜰에서

권태로운초여름 바람이작은 꽃에게 말을 거니가녀린 꽃잎으로휘파람을 불어 주었다오!작은 떨림의 아름다움바람과 햇빛에함초롬이 씻긴너의 웃음이사그라져 가는내 마음에등불 하나 켜 놓았다나 비록 너무 작아내놓을 것 없어도거친 세월의 바람에찢기었어도님이 주신 사랑 노래 하나거짓 없는 몸짓으로불러드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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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길 위에서

잊고 살자고 묻어 두었던내 서러운 꿈이 고개를 들면낙망과 눈물의 배낭을 메고철부지 계집애가 풀잎 같은 시를 쓰던옛날로 가는기차를 탄다실패한 모습밖엔 드릴게 없어어디론가 영영 숨고 싶을 땐꽃잎이 떨어지는 그 아픔 뒤에아름다운 열매가 맺힌다고 일러주던어머니 품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고단한 삶 아우성치며 달려가다가문득 외로워 지면새벽 하늘에 고요히 누워태초의 소리에 귀 열어가는하얀 조각달로 가는기차를 탄다저마다의 사연따라어설픈 웃음 남기며 모두가 떠나갈 때영원히 변치 않는 약속의 손 흔드시는언약의 무지개를 처음 보았던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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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애틀랜타 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작] 들꽃

들       꽃나는 들꽃홀로 하늘 바라보며작은 손 흔드는 들꽃입니다세월의 무게에 증발해 버린 웃음찾아나선 발걸음 지쳐만 갈 때곤한 몸 쉬어 가는 넉넉한 바위 옆에수줍게 피어난 들꽃입니다찾아주는 이 없어도 외롭지 않아낮에는 햇빛 먹고 소망 하나 키우고밤에는 달빛 먹고 웃음 하나 매달고넓은 들에 뿌려 놓으신 끊을 수 없는 은밀한 사랑마음껏 누리는 들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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