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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먹염바다'

‘먹염바다’ -이세기 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그 길은 춥다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패이고 일렁이는 것들숨죽인 것들사라지는 것들우주의 먼 곳에서는 지금 눈이 내리고내 얼굴은 파리하다손등에 내리는 눈과 같이뜨겁게 타다사라지는 것들을 본다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여기까지 온 길이생간처럼 뜨겁다햇살이 머문 자리괭이갈매기 한 마리뜨겁게 눈을 쪼아 먹는다 정인옥‘Ocean of the Day’바다는 생명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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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새해 인사

'새해 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공짜로 받았지 뭡니까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그리고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덤으로 받았지 뭡니까이제, 또 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아, 해님과 달님이 공짜였군요. 제가 낸 세금으로 뜨는 줄 알았어요.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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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서울역 앞을 걸었다.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그런 사람들이엄청난 고생 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그런 사람들이이 세상에서 알파이고고귀한 인류이고영원한 광명이고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오미쉘‘Agape Trace #55’세상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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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애기메꽃

‘애기메꽃’ - 홍성란 한때 세상은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날 위해 돌돌 감아 오르는 줄 알았지들길에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로버트 이-‘Re Created Orange day Lilies’쪼그려 앉은 무릎을 펴고 일어서보니 키가 훌쩍 자랐지. 분홍치마가 유치해져서 벗어던졌지. 날 위해 돌던 세상은 따로 돌고 있었지. 세상의 중심을 향해 내가 돌아야 했지. 어지러워서 발이 엉키고 쓰러지기도 했지. 한때 세상이 나를 위해 돌았던 추억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지. 할머니가 되어도 분홍치마의 색깔은 바래지 않지. 애기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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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단양 마늘

‘단양 마늘’ -정기복여섯 쪽을 갈라 한 쪽을 심어도어김없이 육 쪽이 되는 마늘서리 내린 논밭에다두엄 뿌려 갈아 묻고짚 덮어 겨울 나면봄 앞질러언 땅 뚫고 돋는 새순맵기는 살모사 같고단단하기는 차돌 같은 단양 마늘약값도 안 되고, 품값도 안 되는 것을육순 노모해마다 심는 정은쪽 떼어 묻어도육 남매 살 붙어 열리기 때문일까쪽쪽 떼어 뿌려도어김없는 육 쪽 마늘 ∗ 저런 괴이한 일이 있나. 21세기 과학의 시대에 홍길동 분신술이 판을 치다니. 서리 내리는 까닭은 생육을 멈추라는 하늘의 뜻인데 가을에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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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꽃과 함께 식사

‘꽃과 함께 식사’ - 주용일 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죄스럽게 꺾어왔다그 여자를 꺾은 손길처럼외로움 때문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놓고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한다안 피었던 꽃이 조금씩 피어나며유리컵 속 물이 줄어드는꽃들의 식사는 투명하다둥글고 노란 꽃판도보라색 꽃이파리도 맑아서 눈부시다꽃이 식탁에 앉고서부터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외로움으로 날카로워진 송곳니를함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슬픈 전설의 손목을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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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걸친, 엄마'

이경림 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고, 나는엄마가 된다걸을 때마다 펄렁펄렁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불에 태우거나 보공으로 넣지 않고 돌아가신 엄마 옷을 걸치다니, 걸친 엄마는 절친 엄마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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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추석 무렵

'추석 무렵' - 김남주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반짝반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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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생강꽃처럼 화들짝

윗집 사람과 아랫집 사람, 싸움이 났다   담장 넘어온 닭 때문이라지만 두 분 사랑싸움이다   산 고개 여러 번 넘은 정분이지만 딱, 그만큼이다   된장찌개 끓인 날은 아랫집 사람의 순정이 윗집 마루에 슬그머니 놓여있다   아무렇지 않게 숟가락 빠트리고 싱겁네, 물이 더 들어갔네 구시렁구시렁 웃음으로 넘어간다   마당에 풀어논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으며 아랫집 담장 밑을 서성이고 윗집 사람 속을 읽는 닭이 그저 모가지만 냈다 뺐다 찍었다 헤치다 요래조래 왔다 갔다 서로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생강꽃처럼 화들짝, 화들짝 눈깔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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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제비 세 마리

'제비 세 마리' - 권숙월 현관문 앞에 똥을 누는 제비, 밉지 않다유월 초 땅거미 질 무렵이면 찾아와 자고 가는 제비 반갑기만 하다아내는 저녁이면 “제비야 잘 자~” 아침이면 “제비 잘 잤어?” 손주들에게 말하듯 한다제비 역시 알아들은 듯 고갯짓을 한다어미 품 벗어나 허해서일까현관 전깃줄에 앉아 몸을 밀착시키는 제비 세 마리, 나란히 같은 쪽에 머리를 두고 있다 가끔 돌아앉아 반대쪽에 머리 두는 녀석도 있지만 서로의 몸 닿는 일 잊지 않는다어느 날 불현 듯 이 집을 벗어나 낯선 처마 밑을 떠돌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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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아내와 나 사이'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나는 80입니다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서로 모르는 사이가서로 알아가며 살다가다시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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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낮달

'낮달' - 이규리 무슨 단체 모임같이 수런대는 곳에서맨 구석 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몇 번 웃고 마는 사람처럼예식장에서 주례가 벗어놓고 간흰 면장갑이거나그 포개진 면에 잠시 머무는미지근한 체온 같다 할까또는, 옷장 속슬쩍 일별만 할 뿐 입지 않는 옷들이나그 옷 사이 근근이 남아 있는희미한 나프탈렌 냄새라 할까어떻든단체 사진 속 맨 뒷줄에서얼굴 다 가려진 채정수리와 어깨로만 파악되는긴가민가한 이름이어도 좋겠다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는오래된 흰죽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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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내가 나의 감옥이다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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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해바라기

'해바라기' - 박성우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참 모질게도 딱,등 돌려 옆집 마당 보고 피었다사흘이 멀다 하고말동무하듯 잔소리하러 오는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모종하고 거름 내고 지주 세워주고는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 기다린 터에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해바라기가 내려다보는 옆집 담을 넘겨다보았다처음 보는 할머니와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은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가할머니 손등에 슬몃슬몃 손 포개면서,우리집 해바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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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부재에 대하여

'부재에 대하여' -이재무 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새벽 일찍 일어나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동태 꺼내 국 끓이다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가정의 우환과 상관없는왕성한 식욕 위해나의 노고는 한동안 계속되리라아내에게 전화가 오면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하지 못한, 살가운 말을 하리라갓 데쳐낸 근대같이조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글쎄,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이 쉽게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이

외부 칼럼 |이 아침의 시, 이재무 |

[이 아침의 시] 화창한 날

'화창한 날' -신현정 집을 돌았다분꽃을 따 입술에 물고 분꽃을 불면서 돌았다분꽃 꽁무니가 달착지근했다장닭을 불면서 돌았다볏이 불볕 같은 장닭을 불면서 돌았다나도 목을 길게 빼올리고는 꼬끼오도 해보면서 돌았다개를 불면서 돌았다담장을 훌쩍 넘어가라고 애드벌룬만 하게 개를 불면서 돌았다고무호스를 불면서 돌았다고무호스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부웅부웅 불며 돌았다벌 떼 소리를 내면서 돌았다먼 골짜기 물소리를 내면서 돌았다맨발로 돌았다집아 사방을 뺑 돌아 열려져라집을 불면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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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꽃자리 한때처럼'

 '꽃자리 한때처럼' -정경진 길가에 뜬금없이 떨어진껍데기뿐인 검은 비닐봉지 하나풋풋풋 달겨드는 웃음 채곡채곡 담아웅비하는 새처럼푸하하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전신주에 걸릴 듯꽃나무에 사뿐 내려앉을 듯몇 굽이 세상살이 넘고 넘다달아나는 배꼽 움켜쥐고 나 살려라떼구르르 굴렁쇠처럼 마구 뒹군다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길 모퉁이에후줄그레 남겨질지도 모르는검은 비닐봉지 하나꽃자리 한때처럼 지금무슨 꿈 꾸며 뒹굴고 있는지한동안 바라보며바람 부는 벌판에 나는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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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저승꽃'

'저승꽃' -최영철 세상이 행한 모든 검사 필하였다는 품질보증서혹독했으나 견딜 만은 했지더 이상 살펴볼 것도 없다며 하늘에서 내린 인증마크여기 살다 다른 세상 갔을 때자랑스레 꺼내 보일 입국허가서천지사방 쏘다녀도 좋은 특수여권오늘 보니 저 어르신 별 하나 더 달아큰별 모두 일곱 개그 아래 총총 떠오른 잔별 수두룩검색대 무사통과하며 빙긋이 웃으시네거기 가면 별이 많아야 1등 -------------------------------------꽃이라도 환영받지 못하던 꽃, 이승에 핀

외부 칼럼 |이 아침의 시, 최영철 |

[이 아침의 시] '한 가족'

'한 가족' -조은 곧 헐릴 집들의불빛이 흘러나오는 언덕길한 가족이 올라간다두 아이가 엄마 손을 나눠 잡았다공터엔 달맞이꽃을 감은 인동초문짝 없는 냉장고터줏대감처럼 앉은 호박아이들의 책가방을 그러쥔 아빠가 쳐다보는하늘에서 젖소 무늬 고양이 뛰어내린다그 옆 베고니아 꽃대가 휘청거린다점점 곧추서는 길에다흐릿한 발자국을씨앗처럼 넣으며 가는 그들의그림자의 음영이 다르다 ----------------------------------------------------------재개

외부 칼럼 |이 아침의 시, 조은 |

[이 아침의 시] 슬픔이 하나

'슬픔이 하나 '- 김춘수 어제는 슬픔이 하나한려수도 저 멀리 물살을 따라남태평양 쪽으로 가버렸다.오늘은 또 슬픔이 하나내 살 속을 파고든다.내 살 속은 너무 어두워내 눈은 슬픔을 보지 못한다.내일은 부용꽃 피는우리 어느 둑길에서 만나리슬픔이여,   김다니 ‘무제’--------------------------------어제는 기쁨이 하나 구멍 난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동전처럼 소리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굴러갔다. 오늘은 또 기쁨이 하나 알사탕처럼 녹아버렸다. 달디 단

외부 칼럼 |이 아침의 시,김춘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