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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몽족 이야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8-05 08:08:34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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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체조는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의 하나이다. 올림픽에서 여자체조가 최고 인기종목으로 떠오른 계기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펼쳐진 코마네치와 넬리 킴의 라이벌전이었다.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대결 끝에 나란히 금메달 3개씩을 나눠가졌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보다 더 뚜렷이 각인돼 있는 선수는 단연 코마네치다. 코마네치는 사상 최초의 올림픽에서 10점 만점을 기록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코마네치가 만점을 받자 체조 흥행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진위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코마네치의 사상 첫 만점을 계기로 여자체조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만은 사실이다.

 

올림픽에 관한한 체조는 축구나 농구보다 더 인기가 높은 종목이다. 체조는 좌석 점유율이나 중계방송 시청자 수 등 객관적인 지표에서 다른 종목들을 압도하는 단연 1위를 지켜왔다 아쉽게도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바람에 체조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볼 기회가 사라졌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인기 때문에 여자체조를 흔히 ‘올림픽의 꽃’이라 칭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벌어진 도쿄올림픽 여자체조 개인종합에서 미국의 수니사 리(18)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존 최고의 여자체조 선수로 자타가 공인하는 시몬 바일스가 정신건강을 이유로 기권하면서 생긴 공백을 어린 선수인 수니사 리가 완벽히 메워준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2004년 이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여자체조 개인종합 금메달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수니사의 애칭은 수니(Suni). 한인 이름과 유사하지만 한인은 아니고 라오스 몽(Hmong)족 3세이다. 최초의 몽족 출신 금메달리스트인 것은 물론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의 몽족 출신 미국인이기도 하다.

 

몽족의 역사와 그들이 미국 땅으로까지 건너오게 된 사연은 한마디로 기구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몽족은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지의 산악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이다. 본래는 중국 남부에 살았지만 18세기 중국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지자 보다 더 많은 경작지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했다. 학계에서는 중국 봉건군주에 복속되지 않으려는 저항심 때문이었다고 보기도 한다. 그만큼 몽족에게는 강한 저항정신의 피가 흐르고 있다.

 

몽족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을 위해 싸웠다. 미국은 몽족을 북베트남의 남하를 막는데 동원했다. 몽족으로 구성된 ‘비밀군대’는 북베트남군이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몽족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하면서 몽족은 공산세력에 의한 살육을 피해 난민의 길을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정작 몽족을 전쟁에 동원했던 미국은 이들에 대한 책임을 등한시했다. 종전 후 2년이 지나서야 몽족 전사들을 받아들였다. 수니사의 할아버지도 라오스 몽족 전사였다. 이들의 가족은 1980년 ‘난민법’(The Refugee Act)이 제정된 이후에야 미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현재 미국 내 몽족은 약 32만 정도로 추산된다. 주로 미네소타와 위스콘신에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중가주 프레스노에도 3만 명 규모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몽족은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이다. 주 의회 등 정계 진출자들을 조금씩 배출하고 있지만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빈곤이나 범죄 같은 부정적 내용의 뉴스에서 언급되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다.

 

그래서 수니사의 쾌거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미국이 얼마나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는지와, 그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방식과 노력으로 미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수니사의 영광은 한 아시안 대가족의 끈끈한 유대와 부모의 헌신, 그리고 미국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같은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우리들에게도 자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미국사회의 저력은 바로 그런 다양성에서 생성되는 시너지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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