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에 작곡된 한 찬송가가 최초의 크리스마스 캐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예수, 열방의 빛(Jesus Refulsit Omnium)’, 라틴어 가사로 된 이 노래가 곧 첫 캐롤이다. 1,600여년 전에 작곡된 이 크리스마스 캐롤은 지금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가사는 구글링하면 영어 번역본을 볼 수 있다. 좋은 세상이다.
캐롤을 영어 어원으로 따지면 ‘자유로운 사람’, 혹은 ‘자유로운 노래’를 뜻한다고 한다. 캐롤은 여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남성으로 성전환 하면 찰스나 칼에 해당한다.
캐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듣는 노래다. 캐롤을 들으면 조건 반사처럼 한 해가 다 갔음을 알게 된다. 경건하고, 평화롭고, 고요한 캐롤이 있는가 하면 썰매를 타고 씽씽 내달리는 신나는 캐롤도 있다.
캐롤에 따라, 듣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으나 캐롤을 들으면서 캄캄한 절망이나 치솟는 분노를 느꼈다는 사람은 없다. 캐롤이 가져다 주는 감상은 이런 것들과는 가장 멀리, 그 반대편에 있는 정서들이다.
올해는 이런 크리스마스 캐롤이 유난히 일찍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인디애나 주, 포트 웨인에 있는 한 라디오방송은 7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의 방송국은 9월, 테네시 주 멤피스의 라디오방송은 핼로윈 다음날부터 캐롤을 내 보냈다.
팬데믹으로 비극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청취자들을 위로하고, 떨어진 청취율을 만회하기에는 캐롤만한 것이 없었다.
팬데믹이 덮치면서 라디오 청취율도 급락했다.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의하면 팬데믹 초기에는 한 때 청취율이 50% 가까이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후에는 청취율이 회복세를 탔지만 도로를 오가는 교통량이 급감한 것이 청취율 하락의 원인이었다. 출퇴근 대신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했다. 차 속에서 듣는 청취자가 많은 라디오에게도 코로나-19는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였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라디오 청취율을 끌어 올린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었다. 피닉스의 라디오방송인 99.9 KEZ가 1990년대에 처음 시도했다. 24시간 크리스마스 음악만 내보낸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미쳤다며 말렸다. 하지만 이 시도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 후 종일 크리스마스 음악만 논 스톱으로 틀어주는 라디오방송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음악은 청취자들과 강력한 감정적 유대를 맺어 줬다. 명품 크리스마스 캐롤인 ‘루돌프 사슴코’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블루 크리스마스’ 등은 계절과 시간에 관계없이 청취자들의 귀를 모았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은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전파를 탔다. 연말 샤핑시즌과 맞물렸다. 하지만 올해 캐롤을 조기 방송하기 시작했던 라디오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전화와 이메일이 답지했다. ‘맞아요. 이렇게 해 주시니 고마워요.’라는 청취자 사연이 줄을 이었다”고 ‘7월의 크리스마스’를 선사했던 포트 웨인의 라디오방송은 전한다.
“끔찍한 한 해였다. 가능하면 올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가져다 주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래서 일찍부터 사랑받았는지 모른다.”고 한 라디오 관계자는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