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버터’로 불리는 아보카도는 갈수록 소비량이 늘고 있다. 집밥 시대에 샌드위치나 샐러드, 과카몰리 뿐 아니라 김밥을 말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중국인들이 입맛을 들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포도주, LA 갈비 등 중국인이 눈을 돌린 식품은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아보카도는 타임지에 의해 10대 수퍼 푸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네스 북에는 가장 영양가 높은 과일로 등재됐다. 과일로는 드물게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에다 20여 가지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듬뿍 들어있다. 가격이 싸지는 않다. 과일값이 싼 남가주에서도 마켓에 따라 1달러나 1.50달러 정도의 가격표를 붙여 놓고 있다.
생물학계에서 아보카도는 ‘진화상의 시대착오(Evolutionary Anachronism)’나 ‘진화의 유령(Ghost of Evolution)’으로 불린다. 오래 전에 도태됐어야 할 고대 식물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아보카도는 외관부터 울퉁불퉁 공룡 시대 과일인가도 싶다. 그래서 ‘악어 배’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와서 아보카도를 처음 본 한인중에는 “무슨 수류탄인 줄 알았다”는 이도 있다. 매끈하고 세련된 모양의 다른 과일들과는 거리가 있다.
아보카도는 한 가운데 씨가 자리잡고 있다. 이 씨가 너무 크고, 단단해서 웬만한 동물이나 새는 먹을 수가 없다. 거대 초식동물만이 삼킬 수 있다. 열매를 소화하고 남은 씨를 변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면 이를 자양분 삼아 아보카도는 싹을 틔워 왔다. 한 전문가에 의하면 아보카도는 1,000만년 전에도 있었다고 한다.
1만여년 전 급격한 기후 변화로 지구상의 거대 동물들은 멸종했다. 이들은 아보카도와는 공생관계에 있었다. 번식 수단이 사라지면 그 종은 쇠퇴하고 멸종의 길을 걷는게 진화의 원리인데 뜻밖에 아보카도는 살아 남았다. 새로운 번식 수단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보카도의 원산지는 사우스 센추럴 멕시코. 이 무렵 대륙에 원주민들이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아보카도를 발견했다. 먹던 음식이 거칠고 형편없었던 그 때 아보카도는 영양 덩어리 보배였다. 그래서 멕시코 마야 문명에서는 기원전 7,000~5,000년 전에 아보카도를 재배했던 흔적들이 발견된다.
지금도 아보카도 생산과 소비는 멕시코가 세계 1위, 70~80% 가 중남미에서 생산된다. 미국은 생산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소비량은 멕시코에 버금갈 정도로 많다. 수퍼볼 선데이에 소비되는 아보카도만 1억 파운드 정도로 추산된다.
요즘 남가주 뿐 아니라 미국에서 소비되는 아보카도는 대부분 하스(Hass)로 LA에서 개발된 것이다. LA 동부 하시엔다 하이츠에서 오렌지카운티로 넘어가는 산길에 있는 라하브라 하이츠가 그 출생지다. 1926년 생,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미국 시장을 석권한 것은 다른 종류에 비해 풍미가 뛰어난데다 보관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환영받았기 때문이다.
하스를 처음 개발한 것은 우체부였던 루돌프 하스. 아보카도 중에서는 내한성 작물로 당시 인기였던 푸에르테 종에 접을 붙여 얻었다. 시장성이 있을 것 같아 1935년 식물 중에서는 처음 특허권을 얻었으나 그가 평생 특허권으로 벌어들인 돈은 5,000여 달러. 우체부를 그만둘 수 없는 수입이었다고 한다.
라하브라 하이츠에 있던 원조 하스 나무는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뿌리가 썩어 지난 2002년 사망했다. 세계 하스의 80%는 이 나무의 후손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아보카도 한 알이 오늘 식탁에 올라 있다면 그것은 기적의 산물이다. 그 뒤에는 이런 어머어마한 세월과 생존을 위한 치열함과 적응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 앞에서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아보카도 뿐 아니라 어느 식물이 그러하지 않으랴. 역사 속의 점 하나인 인간도 지금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너끈히 살아 남아 생육과 번성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