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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달빛 기웃한 폭포에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10-03 15:15:41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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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를 방문하신 일행을 모시고 몇 차례 다녀왔던 유럽 알파인스타일 헬렌조지아를 찾았다. 독일 남부풍 건축물들이 선물코너로 자리잡고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만들었다는 풍차와 싼타도, 관광마차로 마을을 돌아보는 재미도 준비되어 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옷차림으로 서빙을 하고있어 유럽을 여행하는 듯 했던 음식점들도 여전히 옛모습인데 방문객들은 팬데믹 영향인듯 한산하다. 여름이면 계곡을 따라 튜빙으로, 래프팅을 즐기는 인파로 하여 온통 울긋불긋 했던 풍경과는 달리 간결해진 계곡 모습이다. 산 공기가 싸늘하다. 하늘도 한결 깊어 보인다. 윤기 흐르던 초록 색조도 바래지기 시작했고 가을을 기다림하듯 설레임으로 가득한 산세가 더 할 수 없는 감미로움으로 고요하기 이를데 없다.

도심에서 보다 해넘이가 빨리 찾아들 것이라서 마을을 돌아보고는 해가 설핏하기에는 한참은 남았을것 같은 느긋함으로 Unicoi Park을 찾게 되었다. 표시판을 따라 폭포로 들어서는 오솔길을 만나 완만한 경사를 따라 길을 재촉한다. 폭포로 가는 길엔 아직은 해가 두어뼘 남았는데도 깊은 산길이라 해그름 무렵임을 알려주듯 자작하니 어스름이 피어난다.  나이든 분들이 오르기엔 급하지 않은 산세라서 더딘 걸음을 도와주었고, 희귀식물 안내 표식판이 쉬어가게 해줄 요량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해준다. 햇살의 여운이 잔상을 남기면서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하는데 여린 햇살은 무안한 듯 머물러 있다. 훤칠하게 뻗은 수목이며 잎새들의 운치와 기슭을 넘쳐흐르는 물 줄기로하여 팬데믹으로 눌려있던 사념들이 자부자분 풀려난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산자락을 타고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도란도란 흐른다. 여울지며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아늑하고 포근하니 산의 운치를 북돋워 주고 있다. 은연한 습기를 품고있는 산길이라 오르기에 마침이다. 나지막한 바위에 앉아 개울 물에 손을 담궈본다. 차가운 계곡의 감촉이 감실거리며 감겨온다. 둔덕 위에 외홀로 서있는 나무 한 그루, 가지 흐름이 하도 고와 구성진 노래라도 흘러나올 듯 하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지휘봉이 휘어지듯 구부스름하니 굴곡진 가지의 선을 그려낸 듯하다. 조금은 더 올라야 할 산자락을 둘러보니 어질고 너그러운 산세는 아닌 것 같다.

숲의 감각이 격앙되듯 소란스러운 폭포 소리가 들려온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노을 곁에서 만나질 폭포라서 심콩으로 일렁인다. 단조로운 훈풍에도 산 내음이 짙게 풍겨난다. 특유의 차가운 기운이 몰려오더니 우아한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우악스럽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게 두줄기의 물 거품을 뿜어낸다. 층을 이루며 담담하게 폭포의 위용을 자랑하듯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고 있다. Hellene Georgia Unicoi Park의 Anna Ruby Fall은 평범한 폭포이고 말았을 터였지만 정겹게 두 줄기로 쏟아지듯 흘러내리는 폭포와 어우러진 운무림 탓에 한층 격조를 더한 정경을 연출해 내고있다. 폭포 정취는 숱한 세월을 흘러보낸 난숙함에 아쉬움 같은 어리숙한 향수를 불러들이지만 기온이 떨어져서인지 차가운 질감을 안겨준다. 산이 깊어 쉬 어둠길이 될 것 같아 하산을 서둘렀다. 돌출된 나무 뿌리들을 피해내느라 더듬대며 비탈길을 내려오다 뭉근하니 완만한 오솔길을 만나자 한숨을 돌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님이 엷은 실루엣처럼 기웃하니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창백한 모습이긴 해도 높은 산봉오리에 봉긋이 수줍게 떠 있다. 갓 맑은 푸른 빛이 도는 초저녁 하늘이 여린 달빛으로 하여 고즈넉한 고요로 귀착시켜 준다.

가을을 불러들이는 숲 내음과 풍광들이 어찌 이리 애잔하게 보여질까. 달빛 까닭인가. 소탈하고 순박한 하늘을 대하는 마음에 촉촉한 詩 한줄기가 젖어 내린다. 달빛 요조[窈窕]가 추출해낸 우람한 산 그림자에도 다양한 시각적 느낌으로 달빛이 스며든다. 소슬한 바람 결에도 마음이 예스럽듯 고아해진다. 달 빛 스미는 폭포를 만나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예상치 못했던 달빛 기웃한 폭포를 만난 조용한 기쁨이 요요 [窈窈] 한 달 빛 탓도 있을게다. 산의 정취가 산을 휘감던 노을로 하여 살포시 가라앉기 시작한다. 한참을 내려왔는데도 쏟아져 내리는 폭포소리가 발걸음을 붙든다. 다시금 달 빛이 기웃해질 그 날에 폭포를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곰살맞은 예감을 한다. 아스라한 능선에도 달 빛이 깃들고 구비구비 고운 색감으로 창조의 섭리를 재현해 내고 있다. 초저녁 산자락에 스며드는 우아한 달 빛이 나목의 가지 위에, 흐르는 개울 위로, 땅거미가 잦아드는 산길에도 내리 흐르듯 넘실댄다. 아슴푸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산길에 달빛이 친구가 되어주겠단다. 노년에 접어든 시한 공간을 잊은 채 무량해지는 유년의 마음이 된다. 만월이 되려면 조금은 더 채워져야 할 것 같은 한가위 보름달을 애 저녁에 알현하듯 마중 나간 걸음이 여태껏 잠잠한 고요로 평온으로 잇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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