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초래한 두드러진 사회현상 가운데 하나는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자녀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퓨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 미국 젊은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양 부모 혹은 한쪽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젊은이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 동거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이 비율은 40%를 넘었다가 1960년 29%로까지 낮아졌다. 이후 다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해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대공황 이후 급속한 증가세를 지속해왔다. 그러다 올해 팬데믹으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 7월 현재 부모와 살고 있는 18~29세 젊은이는 2,660만 명으로 지난 2월보다도 260만 명이나 늘었다.
그럼에도 정점에 도달했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팬데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따라 젊은이들과 부모들의 동거비율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부모 집에 들어와 얹혀사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상은 독립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사회의 전통문화와는 어긋나 보인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여건과 처지를 고려해 보면 이런 현상을 마냥 비판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의 젊은이들을 ‘밀레니얼’이라 부른다.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들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부모들보다 가난해진 세대이다.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가구의 실질 수입은 이전 세대인 X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각각 11%와 14%가 적다는 것이다. 반면 그 어느 세대보다도 교육수준이 높은 밀레니얼들은 고등교육의 대가로 엄청난 액수의 학자금 빚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입과 빚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밀레니얼들의 순자산액은 X 세대의 2001년 당시 자산보다 무려 40%가 적고 베이비부머들의 1980년 당시 자산에 비해서도 20% 못 미친다.
교육을 많이 받았음에도 이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이들이 직면해야 했던 외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밀레니얼들은 2008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직업시장에서 구직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직업을 구하더라도 임금 등 조건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개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시작 당시의 조건은 평생 커리어에 영향을 미친다. 예일 대학 경제학자인 리사 칸의 연구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미국을 강타했던 1980년 대 초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에 비해 평생에 걸쳐 10만 달러가량 덜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공황을 겪은 밀레니얼들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도 이들이다.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밀레니얼은 4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왜 이들을 ‘미국 역사상 가장 불운한 세대’라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성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독립해 나갈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사회생활을 하는 형제자매의 경제능력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을 ‘캥거루족’이라 지칭한다. 지금 부모 집에 들어가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 범주에 해당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자기애가 강하고 게으르며 헬리콥터 부모들에 의해 너무 애지중지 양육됐다는 부정적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에 많이 얹혀사는 것을 이런 성향으로 설명하려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밀레니얼들의 경제적 처지는 그들의 성향이나 노력과는 무관한 사회경제적 요소들에 의해 지워진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요즘 애들’(kids these days)이 문제라고 탄식할 게 아니라 ‘요즘 경제’(economy these days)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