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 속에 답답하다, 불안하다. 화난다, 이 모든 감정으로 마음이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미국인 3분의 1가량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0년 5월7~12일 조사에 따르면 불안증이 18~29세가 42%, 60~69세가 22%, 우울증이 18~29세가 36%, 60~69세가 18%로 나타나 젊은 층일수록 심리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취업난, 일상생활 중단에 따른 알코올, 약 중독, 실직 등으로 힘들다보니 젊은 층이 삶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생애정리서비스(end-of-life service)’를 이용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재산정리, 장례절차, 유언 등 죽음 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들에 20대~40대도 상담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태의 한 단면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잠도 못 자겠고 정기검진이나 치료를 위해 가야하는 병원도 감염 공포로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 또는 임상실험 중이지만 실제 백신을 맞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 코로나 블루에 대한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다. 전화·문자·이메일로 자주 소통하기, 햇볕 노출된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과도한 뉴스 시청 금지, 식물 키우기, 자전거 타기, 코미디영화나 로맨틱드라마 보기 등등 다들 어떻게든지 스트레스와 불안, 무기력증을 이겨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산다는 것이 만만치가 않아서 코로나19 장기화에도 힘든 일들이 계속 들이닥치고 있다.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가 온다,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짜증이 몰려오고 다 받아들이자니 힘에 부친다. 그럴 때는 내 몸의 불안을 폭 싸안고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그 중 하나로 문학 치료가 있다.
한국문학으로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우울증과 불면증을 치료한 민옹 이야기’가 이야기 치료의 효시이다. 글쓰기를 통해 무의식 속 갈등을 꺼내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글 쓰는 것이 어렵다면 남이 써놓은 책을 읽어도 된다.
우울증 회복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펜실베니아 대학 아론 벡 교수의 ‘우울증 인지치료’가 있다. 이 책들은 항우울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재건해 나가도록 생각을 바꿀 것을 권한다,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기분에 악영향을 계속 미친다는 것이다.
고전명작으로 허먼 멜빌(1819~1891)의 장편소설 ‘모비딕( Moby Dick)’을 읽는 것은 어떨까. ‘모비딕’은 1851년 소설로 전설의 흰 향유고래와 인간의 처절한 3일간의 사투를 그려냈다. 19세기 매서추세츠 주 뉴베드포드와 낸터킷을 중심으로 포경업이 성행하던 시절, 이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허브 선장이 피쿼드 호의 선원들을 이끌고 대서양, 인도양, 북태평양을 떠돌다 적도 부근에서 모비딕과 맞닥뜨린다. 그 거칠고 험한 혈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기록을 남긴 이스마엘. 우울감, 그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으로 배를 탔었다.
선원들이 힘들게 고래 한 마리를 잡아 처치하고 나면 또 다시 다른 고래가 나타나 위협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바다 위의 삶을 작가는 인생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고래와 싸우는 불굴의 정신.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서 그것을 보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을 큰 목소리로 부르고 싶어진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참고로, 피쿼드 호의 스타벅(Starbuck), 고래를 발견하면 보트를 내리고 제일먼저 작살을 던지는 믿음직스런, 불굴의 의지력을 지닌 일등 항해사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스타벅스‘에서 그의 이름을 본다.
<로스앤젤레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