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인지라 유례없이 간소하게 취임식을 서둘러 마치고 새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모양이 빠지긴 했지만 일정에 쫓겨 어쩔 수 없는 데다 격식을 중요시 하지 않겠다는 개혁 의지로 비쳐 나름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통령 탄핵 그리고 선거정국 내내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분출됐던 애틀랜타 동포사회도 이제 마음을 열고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지요. 싫든 좋든 국민 다수가 뽑은 대통령 입니다. 안타까울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진 국론과 상처받은 민심을 봉합, 치유하는 과업에 새 대통령을 정점으로 모든 국민이 동참해야 할 것은 불문가지 입니다. 물론 집권당의 양보가 선행돼야 할 것은 당연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며 정상회담 개최를 논했습니다. 국가원수가 된 이상 국가안보와 국가이익 위에 놓일 다른 가치가 있을 수 없고, 그 정점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가 있는 만큼 제일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것은 적절했지요. 더군다나 대북 온건파로 알려진 문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부딪칠 가능성에 불안을 느끼는 재미동포들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즉 북한정권이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과 직접 맞상대하려 하는 ‘통미봉남’ 술책 징후가 지금 트럼프 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정권이 오래 전부터 학수고대해온 대남 붕괴전술로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등 최근 일련의 무력 시위가 미국과의 직거래를 기어이 성사시키겠다는 속셈의 발로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사드 반대 등 반미 목소리가 나오자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이다’ ‘김정은은 국가원수다’라며 예상 못했던 발언들을 슬쩍 슬쩍 흘리며 한국을 떠보고 있지요. 미국 정부의 비밀 대북 접촉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관계가 더 견고하게 발전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왕따 당하는 심각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지요.
한국 정부도 능히 알고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능통한 비즈니스맨 입니다. 딜(거래)의 달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빈말로 수차례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론하거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선을 거론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미국은 지금도 한국을 계속 저울질 중이라고 짐작됩니다. 따라서 한미 관계에 흠집이 생겨서는 한국만 손해입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다른 사람보다 못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몸으로 뛴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 외교술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아베 총리를 반갑게 맞고 악수하며 언론에 '강력한 악수'(strong hand)라고 평가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한미관계가 약화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김수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