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무거운 마음으로 탄핵심판 중계방송을 지켜봤을 겁니다. 두 동강난 민심,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국력 퇴보 등을 고려할 때 차라리 결과에 관계없이 빨리 종결되는 게 나라가 살 길이라고 여겼지만 그래도 이날 막상 심판을 지켜보니 긴장감이 느껴지더군요.
60여 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 최고지도자를 탄핵해 끌어내린 미증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안타깝기 그지 없는 불명예 역사입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이상, 원하던 대로 탄핵에 성공했다며 환호하기 보다는, 또는 이와 반대로 실망한 나머지 분노하기 보다는 실로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똑같은 아픔과 혼란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다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 동안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세계인의 눈에 한국사회는 당연히 ‘후진국’의 모습으로 비쳤을 겁니다. 동지와 적이 따로 없이 살벌하게 변해가고 있는 오늘의 세계 무대에서 한번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탄핵사태가 더 원망스러웠죠.
탄핵 결정이 내려지자 마자 한국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은 결정에 승복하고, 갈등과 대립을 봉합하자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해외동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애틀랜타 동포사회에서도 그 동안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가 다운타운에서, 또 탄핵을 반대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부르짖은 태극기 집회가 한인타운에서 수 차례 열려 양분화된 동포사회상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탄핵 판결이 나오자 격앙됐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국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는데 힘을 보태자는 의견들이 잇따르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해외동포들이 조국에 대해 바라는 것은 간단해요. 시위와 혼란 그리고 전쟁 없이 한국민들이 잘 먹고 잘사는 모습이지요. 그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이제 모든 관심은 5월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 쏠리고 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대선주자로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이번 탄핵사태가 대통령이 사사로운 정에 치우쳐 대사를 망친 데서 비롯됐다는 사실이지요. 그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물을 또다시 선택해선 안 되겠죠.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촛불을 미화해서도 안 되고, 태극기를 남용해서도 안 됩니다. 극단적인 양쪽 지지 층을 선동하는 술수도 삼가야 합니다. 국가 미래는 나중이고, 집권과 대선 승리만을 먼저 노리는 인물을 솎아내야 할 것은 한국민들의 필수사항입니다.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지요. 그리고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통감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사유가 헌법 수호였고, 엄청나게 큰 대가를 지불하고 지킨 헌법 정신인 만큼 이를 또 훼손시킬 지도자가 나오질 않기를 바랍니다. 김수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