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안팎서 ‘후보 교체론’ 확산
민주당 유권자 47%도 “물러나라”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중도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7일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입고 패퇴하면서다. 그간 금기시됐던 ‘플랜B 후보 사퇴설’이 민주당 안팎에서 본격 부상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사를 밝힌 데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터라 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TV 토론 이후 첫 주말, 미국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와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기사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재촉하는 사설까지 잇따랐다. 대표적 진보 매체인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사설을 통해 “조국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보 교체론이 대두하면서 여론도 크게 휘청였다. 28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TV 토론 이후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바이든 대통령이 ‘확실히’ 또는 ‘아마도’ 후보에서 교체돼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유권자 중에서도 절반(47%)이 후보 사퇴를 지지했다.
후보 교체가 아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다만 이는 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의사에 달려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8월 19일)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99%의 대의원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이들 대의원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당규상 불가능하다.
현시점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28일 대선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나는 옳고 그름을 알고,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목소리 톤을 높이는 등 TV 토론 때와는 달리 활기찬 모습을 연출하면서 당내 불안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결단을 내리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역시 걸림돌이다. 가장 유력한 대타는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첫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인 그는 일찌감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혀왔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중도·무당층을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민주당 주류의 시각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취합·분석 기관인 리얼클리어폴링(RCP)이 수집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42.7%)은 트럼프 전 대통령(49.3%)과 맞붙을 경우 6.6%포인트 뒤진다고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전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겨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과 1.5%포인트 차 앞섰다.
이 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 모두 전국구 정치인이 아닌 데다 대통령감으로 검증된 바 없다고 WP는 짚었다. 꾸준히 출마설이 불거졌던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여전히 대선 출마는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내분을 지켜보는 공화당도 마냥 즐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일부는 민주당 후보가 바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고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탓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가 바뀔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며 “젊은 경쟁자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