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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없는 곳 부지기수…“재정비 시급”

미국뉴스 | 경제 | 2024-05-01 09:07:05

민낯 드러난, K팝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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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난 K팝 산업

획일성 해소 위해 자회사 꾸렸지만

K팝 한계에 본사 영향력 커

SM 거버넌스 논란 1년만에 반복

대형사조차 주먹구구식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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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간 경영권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룡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K팝 기업의 구태의연한 경영 방식과 취약한 거버넌스가 도마에 올랐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하이브 등 기업뿐 아니라 팬덤과 아티스트의 활동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성장을 이룬 K팝 산업이 또 한번의 퀀텀 점프를 이룰지, 아니면 전성기 시절 스캔들로 얼룩진 채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J팝의 뒤를 따를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의 이유 중 22%가 ‘획일적이고 식상함’으로 꼽혔다. 지금까지 ‘K팝의 성공 방정식’으로 여겨져왔던 K팝 시스템이 성장의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 같은 획일성을 해소하기 위해 하이브 등 메이저에 도입된 것이 멀티레이블 체제다.

세계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그룹은 수많은 자회사를 두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며 다채로운 음악을 양산해내고 있다. 또 경영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고 실적 변동성을 줄일 수 있기도 하다.

글로벌 음악 기업으로의 성장을 추구하는 하이브 역시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올 2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특정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이고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멀티레이블 체제는 하이브의 성장과 실적을 견인했고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백도 훌륭히 채웠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가 ‘속 빈 강정’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각 자회사가 존재하지만 결국 본사의 지시와 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에서 데뷔 순서도 뒤바꾸고 말 바꾸기를 했다”며 “하이브가 홍보조차 못 하게 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하이브의 아티스트 홍보의 경우 본사가 주도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터 업계는 겉만 번지르르하다”며 “내부 시스템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내부 경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라고 한탄했다. 아직까지도 업계 특성상 회사 경영이나 재무 등에 관한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K팝 업계의 현실이다.

정보기술(IT) 업계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며 회사의 구실을 나름 갖췄다고 평가받는 하이브에서조차 이런 일이 생길 정도니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이브·카카오 간 SM엔터 경영권 분쟁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지배구조(거버넌스)였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의 1인 체제로 운영되던 SM엔터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지배구조로 비판받아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게 사건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분쟁이 일단락되며 업계의 거버넌스가 개선될 것으로 보였으나 1년 뒤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는 진정한 멀티레이블 체제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멀티레이블 체제를 안착시킨 해외 대형 레이블의 사례를 살펴보면 각 레이블별 정체성이 확고하고 겹치는 영역이 없다.

반면 하이브의 멀티레이블은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K팝이라는 장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카니벌라이제이션(기업 내 레이블 간 잠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의장 체제로 경영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강압적인 지시만 하는 것이 어떻게 멀티레이블이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예전에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사업을 했지만 지금의 K팝은 국가에 대한 책임감까지 가져야 한다”며 “관리·조정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엔터 업계는 지금까지 금전적 인센티브보다는 명예와 위신이 중요했던 것 같다”며 “이제는 자본과 재무적 보상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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