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불확실성 고조
6월 첫 인하는 물 건너가
“오를 수 있다”전망까지
JP모건‘8% 이상’시나리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한 높은 가운데 고용시장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연내 금리 인하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도 월가 예상치를 웃돈 인플레이션 지표 충격에 1%안팎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422.16포인트(1.09%) 급락한 38,461.51에 거래를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9.27포인트(0.95%) 내린 5,160.64를,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36.28포인트(0.84%) 하락한 16,170.36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반등하며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연준이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fewer)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진 영향을 받았다.
연방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2월(3.2%)보다 상승률이 더 높아진 데다 전문가 예상치까지 웃돌면서 투자심리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
‘깜짝 물가’ 발표 여파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미 증시 마감 무렵 4.55%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대비 19bp(1bp=0.01%포인트)나 급등하며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4.96%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4.73%) 대비 23bp 급등했다.
이날 물가 지표는 연준이 6월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10일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3%로 반영했다. 하루 전만 해도 이 확률은 43%였다. 6월 25bp 금리인하 가능성은 장중 16.5%대로 축소됐다. 이는 한 달 전(26.6%)이나 일주일 전(42.1%)보다 올라간 것이다.
7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전날 25%에서 이날 59%로 치솟았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여름 금리 인하가 완전히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연준이 정치적 영향력을 회피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월가에선 연준이 통화정책 신호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채권운용사 핌코도 최근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0.25%씩 3회에서 2회로 줄이는 등 미국 금리정책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연초만 해도 6회 이상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서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 총 0.75%포인트(중앙값) 정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지난달에도 대체로 이러한 전망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10일 물가지수 발표에 이어 지난 5일 발표된 3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20만건)을 크게 넘어서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이 증가해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분석이 이같은 통하정책 전망에 힘을 더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나왔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4일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면서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이날 재정적자와 지정학적 위험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몇 년 내에 미 금리가 8%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예상보다 높게 나온 1∼2월 CPI 지표를 추세적인 흐름으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존재하며,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3일 연내 금리 인하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