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대항마’ 앤스로픽에 6개월만에 대규모 후속투자
총 40억달러 창사후 최대
인공지능(AI) 패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 간 ‘쩐의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초거대 AI 자체 개발뿐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조 단위 투자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급 AI 인력 확보전도 뜨겁다. 테크 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AI 인력의 몸값이 치솟으며 박사급의 경우 초봉이 10억 원을 훌쩍 넘고 있다.
27일 아마존은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추가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의 12억5,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이은 후속 투자다. 당시 아마존은 앤스로픽에 최대 40억 달러(약 5조3,7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NBC는 “아마존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 외부 투자”라고 평가했다. 앤스로픽이 최근 선보인 초거대 AI ‘클로드3’는 AI 성능 평가에서 오픈AI GPT-4와 구글 제미나이 울트라를 능가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아마존은 물론 세일즈포스, 구글 등 ‘반(反)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진영’의 지지를 받으며 73억 달러(약 9조8,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앤스로픽 외에도 최근 거액의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은 셀 수 없이 많다. 구글 출신이 설립한 인플렉션AI는 총 15억 달러(2조 원)를 투자받았고 역시 구글 출신 연구원들이 세운 코히어도 지난해 6월 4억4,500만 달러(약 6,000억 원)의 펀딩을 받은 데 이어 최근 5억 달러(6,700억 원) 추가 조달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미스트랄AI는 창립 8개월 만인 지난해 4월 5억 유로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MS·오픈AI·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7억 달러(약 9,400억 원)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가능성이 보이는 AI 스타트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MS가 오픈AI에 쏟아부은 130억 달러(약 17조4,700억 원)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최근 들어서는 AI 인력 쟁탈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만 달러(약 13억4,300만 원) 이상의 연봉과 스톡옵션 패키지를 약속하는 등 파격적인 제안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급여 협상 서비스 기업인 로라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박사급 AI 연구원 초봉은 각각 86만5,000달러(약 11억6,200만 원)와 85만5,000달러로 나타났다. 단순한 박사 학위 보유자를 넘어선 ‘고급 AI 전문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데이터브릭스의 네빈 라오 생성형 AI 책임자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처음부터 훈련시킬 수 있거나 환각(할루시네이션)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급 인재는 전 세계에 몇백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빅테크들은 AI 인력의 연봉을 마련하기 위한 ‘비주요 인력’ 감축에도 거침 없다. 글로벌 테크 업계의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5만6,858명이 해고됐다. 지난해 4분기 2만3,638명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은 AI 투자를 위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1월 사내 공지를 통해 “우선순위(AI)에 투자하기 위한 역량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선택(감원)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도 올 1월 실적 발표에서 “인건비를 통제해야 AI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가능하다”며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AI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270억 달러(약 36조2,800억 원)로 2022년보다 57% 늘었다. 이 중 3분의 2가 MS·구글·아마존 등 3개 빅테크에서 조달됐다. 이들 기업은 3대 클라우드 업체이기도 하다. 클라우드는 AI 학습과 작동 기반이다. 동시에 기업간거래(B2B) 초거대 AI가 실제 적용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초거대 AI 경쟁에서 낙오하면 클라우드 사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