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 해외부동산 투자 현황
한국 자산운용사가 LA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고층 오피스 스카이타워 중 하나인‘777 타워’를 매입할 것으로 보도된 가운데 한국 자산의 미국 등 해외 부동산 투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닝포인트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국 자본들이 투자 다양화 차원에서 미국 등 해외 오피스 건물과 호텔, 샤핑몰 등을 투자하는 경우가 급증했고 이같은 전략은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 상업용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면서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이 치솟았고 이는 임대수입 및 건물 가치 급락과 함께 건물 소유주들에게는 페이먼트 압박과 디폴트 위기로 이어졌다.
최근 많은 오피스 건물 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헐값에 팔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한국 자산운용사가 매각하는 ‘777 타워’의 경우도 건물 소유주가 보유하고 있는 대출 규모만 3억1,9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이 건물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절반 이하 가격에 팔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월 LA에서 3번째로 높은 스카이타워인 62층 ‘Aon Center'도 이전 매입가에 비해 거의 절반 가격인 1억4,780만달러에 매각되면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불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건물 소유주인 ‘쇼렌스타인’은 이 건물을 지난 2014년 2억6,900만달러에 매입했는데 차익을 이루기는커녕 매입가에 비해 45%나 낮은 가격에 처분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디스카운트’ 효과를 투자기회로 삼아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777 타워’를 매입하는 한국 자산운용사도 LA를 대표하는 오피스 스카이타워를 절반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미국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 자금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금감원의 지난 2월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 2조5,000억원(약 18억5,000만달러) 규모가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며 국내 금융권의 투자 자산 부실화도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원(약 41억7,6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총자산(6,800조9,000억원)의 0.8% 수준이다.
이중 보험이 31조9,000억원으로 전체 투자 잔액의 56.6%를 차지했고,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전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등의 순이었다.
이들 한국 금융기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의 자금줄 역할을 했는데 구체적인 손실과 부실규모가 확인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000억원(61.1%·약 25억5,400만달러)으로 전체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유럽 10조8,000억원(19.2%), 아시아 4조4,000억원(7.9%), 기타 6조6,000억원(11.8%) 등 순이었다.
만기별로는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가 12조7,000억원(22.5%)에 달했다. 2030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규모는 43조7,000억원(77.5%)이었다.
금감원은 올해도 일부 추가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병칠 금감원 전략감독 담당 부원장보는 당시 브리핑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아 앞으로 손실이 조금 더 발생할 수는 있다"며 “9월 말 이후 최근까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4~6% 추가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시 감시 강화에 나선다. 구체적으으로 은행권은 대체투자 기초자산별 투자잔액, 건전성 분류, 충당금 적립액, 잔존만기, 투자지역·국가 등을 금융감독원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