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텍사스 불법 이민자 체포법 맹비난… “가혹하고 비인간적”
11월 미국 대선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으로 볼 수 있는 멕시코가 미국에 유연한 정책 채택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멕시코 대통령은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법 입국자를 텍사스주에서 직권으로 추방할 수 있게 한 이민법 SB4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우리는 텍사스에서 추방되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SB4에 대해 "가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불공정"하다고 꼬집은 뒤 "국제법 위반은 물론이거니와 교회에서 성경 말씀을 읽는 미 당국자들이 (성경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망각한 듯한 불의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텍사스주의 이민법 SB4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를 주 사법당국에서 체포·구금하고 텍사스주 법원에 추방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조 바이든 정부는 그러나 "텍사스 주법이 연방 정부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효력 금지와 관련한 소를 제기했고, 사법부 내에서는 하급법원과 상급법원 간 그 판단을 달리하며 오락가락하는 형국이다.
현재는 연방 항소법원에서 법 시행 효력을 일시 보류하고 본안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 외교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로 결정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기록적인 불법 입국자 규모와 맞물려 부각된 이민 문제다.
멕시코 정부는 평소 텍사스주를 비롯한 공화당의 처벌 중심 강경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해 왔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수중 장벽' 설치를 강행한 미국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66) 텍사스 주지사를 겨냥, "지지자들의 인기를 얻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와는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행 이민자 주요 출신국 정상급을 멕시코로 초청해 협의하기도 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빈곤으로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복지 향상이라는 근본적 해결책만이 이주민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남미에 대한 직접적인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과테말라와 파나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국 정상과 미국을 겨냥한 '압박 연대'를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멕시코 역시 6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흐름을 보면 현 대통령을 '정치적 후견인'으로 두고 있는 집권당 후보가 굳건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의 큰 정책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