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무차별 상선 공격
1년간 지속될 전망까지 제기
미국과 동맹국의 예멘 친이란 반군 세력 후티에 대한 공격에도 후티의 민간선박 공격이 오히려 늘면서 홍해 물류 대란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박들이 열흘 더 걸리는 우회로를 택하면서 물류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이번 사태가 길면 1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17일 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은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로 향하던 컨테이너선의 90%가 후티의 공습을 피해 경로를 변경했다. 대부분 약 열흘 정도 더 걸리는 남아공 희망봉으로 돌아서 가는 것이다.
이번 주 거대 석유 기업 셸도 유조선들이 홍해를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옥스포드 대학이 운영하는 운송 모니터링 플랫폼 포트워치에 의하면 지난 14일 기준 일주일간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벌크 화물선과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상선은 하루 평균 49척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70척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21년 3월 에버기븐호의 좌초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선박이 40~50%나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울며 겨자 먹기로 먼 길을 택하면서 운송비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 MSC는 중동 및 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운송비를 다음 달 12일부터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운송비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가시화하고 있다.
셸의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릿저널(WSJ)에 유조선들이 우회로로 향하면서 단기적으로 최소 5~10%의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물류 기업 오너래인로지스틱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소 6개월간 해결되지 않고 최대 1년 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운송비 인상과 선박 부족이 올해 3분기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홈디포와 코스트코, 월마트 등 소매업체들은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박을 임대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에 테슬라와 볼보, 미쉐린은 최근 물류 대란에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이케아와 영국 패션 소매업체 넥스트, 크록스는 배송 지연을 경고했다.
미국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세력 후티를 3년만에 다시 테러단체로 지정한 직후 홍해를 지나던 미국 화물선이 또다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군사분야 대변인인 야흐야 사레아 준장은 17일 사전 녹화한 영상 연설을 통해 아덴만에서 미국 선박 ‘젠코 피카르디’를 ‘다수의 적절한 발사체’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사레아 준장은 그러면서 후티 반군은 스스로를 지키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돕기 위해 이러한 공격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은 작년 11월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교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드론과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거나 납치해 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서란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선박들까지도 공격해 홍해를 통한 국제 물류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
그러자 서방은 홍해의 안보 보장을 위해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를 구성했고, 미국과 영국은 지난 12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예멘 내 후티 반군 군사시설을 폭격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주춤하기는커녕 최근 1주 사이 세 차례에 걸쳐 홍해와 주변 해역의 민간 선박을 공격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미국 선박이 잇따라 피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 15일에도 마셜제도 선적의 미국 회사 소유 선박 ‘M/V 지브롤터 이글호’에 대함 탄도미사일을 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