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부족 최고 35불 달해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최근 한순간의 착오로 35달러를 잃었다. 아이 학원비를 퍼스널 체크로 결제했는데 은행에 입금하는 것을 깜빡해 잔고가 몇십 달러 부족해 오버드래프트 수수료 35달러를 물게 된 것이다. 김씨는 “물가가 치솟은 요즘 같은 상황에 앉아서 35달러를 날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다”며 “착오로 잔고가 약간 부족했는데 수수료를 35달러나 부과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인플레 상황 속에서 김씨와 같은 금융 고객들이 각종 명목의 높은 은행 수수료들에 대해 가지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금융기관들에 대해 규제의 칼을 본격 빼들고 나섰다.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30달러 안팎인 이같은 은행 수수료를 3~14달러 수준으로 대폭 낮추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17일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은행들이 계좌에 남아있는 잔고보다 큰 금액을 사용한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오버드래프트 수수료를 낮추고 상한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형 은행들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의 오버드래프트 수수료는 평균 26달러 선이며 많게는 35달러까지 부과된다. 한인 은행들도 이른바 잔고부족(NSF) 수수료를 25~30달러씩 부과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수수료가 오래전부터 서민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작용했으며 은행들의 주 수입원이 되어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앞서 김씨와 같이 개인의 실수뿐만 아니라 전산오류로 인한 이중 청구 상황에서도 오버드래프트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CFPB에 따르면 2019년 은행들은 오버드래프트 수수료로 약 126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정책 당국의 감독 강화로 일부 은행들이 수수료를 인하한 2022년에도 약 90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CFPB는 이같은 수수료 액수에 대해 3달러, 6달러, 7달러, 14달러 상한선을 제시했으며 2025년 10월 말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새 규정안은 자산 규모 100억 달러 이상의 전국 약 175개 금융기관에 적용된다.
그러나 미국 은행협회의 로브 니콜스 회장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도 새로운 규제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규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