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티’ 이미지 벗고 대변신
네바다주 라스베가스는 지금 스포츠 시티로의 변신이 한창이다. ‘스포츠 베팅 머니’를 넘어 진짜 ‘스포츠 머니’가 라스베가스로 모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네바다주 패러다이스의 라스베가스 스트립 서킷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경주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열렸다.
라스베가스에서 F1 대회가 열린 것은 41년 만이다. 막스 페르스타펀(네덜란드)은 “스포츠가 아니라 쇼로 전락할 것”이라며 라스베가스 그랑프리에 가장 회의적이었으나 6연승으로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18승을 이룬 뒤 “대회 전체를 흠뻑 즐겼다”며 “비바 라스베가스”라고 외쳤다.
레이싱 전문 매체들은 라스베가스 그랑프리를 “F1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대회”라고 평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간 31만 5000명의 관중이 몰렸고 이로 인한 경제 효과가 12억 달러에 이른다. 스포츠 베팅에 투입된 판돈만 5억 달러였다.
야간 경기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야경과 삼성전자가 공급한 축구장 길이 이상의 초대형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 사이니지, 박진감 넘치는 트랙, 드론쇼 등이 어우러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절정을 보여줬다. F1 드라이버들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들이 팀을 이뤄 골프로 겨룬 사전 이벤트 넷플릭스컵은 넷플릭스 최초의 스포츠 중계로 화제가 됐다.
미국 ESPN은 “카지노와 유흥으로 대표되던 ‘신 시티(죄의 도시)’ 라스베가스가 ‘프리미어 스포츠 시티’로 떠오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라스베가스는 F1뿐 아니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도 품었다. MLB 구단주 총회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연고지 이전을 11월 17일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다. 2025년부터 애슬레틱스의 연고지는 라스베가스다. 노후한 홈구장 문제로 연고지까지 옮기게 된 애슬레틱스 구단은 15억 달러를 들여 새 홈구장을 건립할 예정이며 네바다주도 상당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라스베가스의 변신은 스포츠 베팅과 관련이 있다. 과거 스포츠 베팅은 네바다주 등 몇 개 주에서만 허용됐다. 단 네바다주 연고팀에 대한 베팅은 철저히 금지돼왔다. 라스베가스 연고 프로스포츠팀이 없었던 이유다. 도박이 성행하는 도시에 스포츠팀까지 있으면 승부 조작 등 부정부패가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가 금지법을 낳았다. 40년간 이어졌던 이 법이 2001년 폐지되고 2018년에는 미국의 스포츠 베팅 시장이 전면 합법화하면서 스포츠 연고에 있어 미개척 시장이던 라스베가스로 스포츠 머니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2017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베이거스 골든 나이츠를 시작으로 이듬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가스 에이시스가 생겼고 2020년에는 미국프로풋볼(NFL) 라스베가스 레이더스가 탄생했다.
오클랜드 레이더스로 운영되다 연고지를 이전한 것이다. 골든 나이츠가 올해 창단 첫 우승을 하고 지상 최대의 쇼라는 NFL 슈퍼볼이 내년 2월 레이더스 홈구장에서 열리는 등 라스베가스의 스포츠는 연중 축제다. 슈퍼볼 기간에 라스베가스CC에서 LIV 골프 대회도 열린다.
최근 몇 년 새 오일 머니를 살포하며 세계 스포츠 판을 휘어잡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스포츠 워싱(스포츠에 대한 투자로 이미지 세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라스베가스가 다름 아닌 스포츠로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에 나선 것이다.
<양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