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재판 의무 위반, 벌금미납 등 체포 압박
LA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46)씨는 근무 중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LA 카운티 셰리프라고 밝힌 발신인은 김씨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한 후 다짜고짜 “왜 법원 출석을 하지 않았냐”고 다그쳤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김씨가 자초지종을 물으니 김씨 이름으로 종업원 급여보호 프로그램(PPP) 지원금이 신청됐는데, 이 신청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에서 여러차례 출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건이 셰리프국으로 이관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발신인은 밝혔다. 본인 명의의 사업체가 있었던 김씨는 설명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PPP를 신청했다면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해결방법을 묻는 김씨에게 발신인은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통화해야 한다며 이리저리 전화를 넘기며 시간을 끌었다. 통화를 이어가던 중 자신을 LA 셰리프국의 루테넌트라고 밝힌 이가 등장했고, 김씨는 이 전화가 요즘 기승을 부리는 셰리프 사칭 보이스피싱 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미 전역에서 셰리프 사칭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한인들의 개인정보를 입수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 한인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LA 셰리프국(LASD)에 따르면 사기범 조직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셰리프국 대리인 또는 형사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거짓 협박해 금전을 갈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사기범 일당은 배심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거나 미납된 벌금이 있어 영장이 발부됐다고 속이는 등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조성한 뒤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김씨는 사기범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셰리프국으로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하자 사기범들은 실제 LASD 주소를 알려주고는 통화를 끊었다.
김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수소문한 결과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회사직원 가족이 최근 셰리프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1만5,000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사기범들은 이 피해자에게 무려 8시간 동안 통화를 이어가며 체포영장이 발부돼 당장 자택에서 체포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오랜 전화통화와 협박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진 피해자는 보석금을 송금해야 한다는 말을 믿고 돈을 송금했지만 나중에야 사기임을 깨달았다. 사기범들은 피해자에게 송금한 보석금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LASD는 정부기관에서는 절대 전화나 이메일로 금전요구를 하지 않고 특히 기프트카드나 비트코인 등과 같은 전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지불요청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칭 전화를 받거나 피해를 입은 주민은 즉시 셰리프국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내 개인정보를 사기범들이 알고 있어 불안한 마음에 신고 접수를 위해 관할 LASD를 직접 찾았지만 도움을 주려는 셰리프도, 적극적으로 신고를 접수하는 셰리프도 없었다.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