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구인건수 870만건… 2년7개월래 최저치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 4일 직원의 17%인 약 1,500명을 추가 감원하기로 했다. 이번 정리 해고는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1월에는 600명, 6월에는 200명을 각각 해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스포티파이 직원 수는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현재는 8,800명 가량으로 감소했다.
스포티파이가 정리 해고에 나선 까닭은 경기 침체로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고 경제 성장 둔화와 이자율 인상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며 “회사의 군살빼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가 펼쳐지면서 뜨겁던 미국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자리 감소세 속에 기업들의 채용과 임금 감소세가 두드러지자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급감하면서부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직원이 부족해 구인난으로 애를 태웠지만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이 줄면서 정리해고까지 단행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직장인들은 ‘대퇴사’ 시대에서 이제는 ‘낙엽처럼’ 붙어 있어야 하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5일 월스트릿저널(WSJ)은 한때 기업들의 채용이 늘고 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뜨거웠던 미국의 고용 시장이 경기 침체 우려로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용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징조는 구인 건수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방 노동부의 구인 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10월 민간 기업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61만7,000건이 감소한 87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1,200만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부문에서 23만6,000건이 줄었고, 금융과 보험에서 16만8건이 감소했다. 구입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미국 고용 시장에서 기업의 수요가 그만큼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일자리도 줄었다. 올해 10월까지 일자리는 월 평균 23만9,000개씩 늘었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40만개 일자리 증가와 2021년 월 평균 60만여개가 넘게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고금리 여파로 주택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고용 시장이 위축되자 더 좋은 조건으로 직장을 옮기기 위해 자발적 퇴직자도 줄어들고 있다. 자발적 퇴직 비율은 10월 기준 2.3%로 4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만 해도 자발적 퇴직 비율은 3%에 달했는데 크게 하락한 것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 직장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직장에 그대로 눌러 앉으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데코그룹이 10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직장인의 73%는 현재 직장을 계속 다닐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61%에서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직원 수를 줄이는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 씨티그룹이 직원 24만명 중 최소 10%인 2만4,000명을 정리하는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모건 스탠리도 최근 몇 달 동안 정리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