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는 음식값 15% 이하
에티켓 전문가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할때 종업원에게 20% 정도의 팁을 주라고 권유하지만 실제 미국인들의 팁은 이보다 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CNBC에 따르면 퓨리서치 센터가 성인 1만1,9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때 15% 이하의 팁을 준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7%는 15%가 표준 팁이라고 답했고 18%는 15% 미만의 팁을 준다고 응답했다. 퓨리처시는 “응답자의 2%는 팁을 한푼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퓨 리서치는 “의외로 절반 이상인 57%가 팁을 15% 이하로 주고 있다”며 “미국에서 팁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금융매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성인의 3분의 2가 식사를 할 때 항상 종업원에게 팁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81%는 식당 식사를 위해 항상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미용실·이발(65%)이나 음식 배달(59%), 차량 공유 서비스(43%), 커피 음료 주문(12%), 패스트푸드(7%)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팁을 주는 비율이 더 높다.
또한 업체에서 권장 팁 금액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40%가 반대한다고 밝혀 찬성한다(24%) 보다 훨씬 높았다. 업체에서 계산서에 팁을 자동으로 포함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72%가 반대하고 찬성은 10%에 불과했다. 팁을 주는 이유에 대해 의무감과 부담감 때문이라고 답한 성인이 29%로 자의에 의해서라고 답한 21%보다 많았으며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답한 응답자는 49%다.
특히 미국인들의 ‘팁 피로감’이 커지면서 식당의 2023년 2분기 평균 팁 비율은 19.4%로 감소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마이클 린 교수는 “미국인들은 팬데믹 초기에 서비스 노동자들과 고용주들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높은 팁에 더 관대해졌지만 지금은 ‘지겹다’고 느끼고 있다”며 “기존에 팁을 주지 않던 서비스에서도 팁을 강요받고 있으며 요구 액수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계산대에서도 튀어나오는 팁, 통제를 벗어났다’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통해 미국인들의 팁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칼럼니스트 트레이시 무어는 식료품점에서 무인 계산대를 이용해 계산을 할 때도 주변에 있는 직원의 눈치를 보느라 10%의 팁을 줘야 했다는 경험을 전하며 “이제 팁을 주는 문화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무어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서비스가 제공된 후에 팁을 주는 것은 그들의 노력과 친절에 대한 보상이어서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전에 팁을 강제적으로 내야하는 음식 배달 같은 서비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어는 이어 “LA의 경우 팁 자동 설정에 30% 옵션까지 등장했다”면서 “자동으로 스크린에 뜨는 팁 설정은 서버의 친절함에 대한 평가 시간까지 앗아간다”고 강조했다.
칼럼은 “여러 연구에 따르면 팁을 주는 행위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동기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팁을 주는 관행이 지속되는 것은 고용주들로 하여금 비용을 절감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불하도록 장려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가장 좋은 해결책은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우선 지급하는 것”이라며 “정당한 급여의 부족분을 고객이 부담하지 않을 때 팁은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팁(tip)의 원래 의미는 ‘빠른 서비스를 위하여 주는 웃돈’이다. 무인계산대(셀프 키오스크)에까지 파고든 팁에 지친 미국 사회에서 팁이 본연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