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세계 보건 위협' 지정
"그동안 과소평가…비만·신체활동 부족에 따른 위험보다 더 커"
세계보건기구(WHO)가 외로움을 긴급한(pressing)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HO는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국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비베크 머시 미국 의무총감과 아프리카연합(AU) 청년 특사인 치도 음펨바가 이끄는 '사회적 연결 위원회'에는 가토 아유코 일본 저출산담당상과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의 랄프 레겐바누 기후변화장관 등 11명이 참가한다. 위원회는 3년간 운영된다.
WHO의 국제위원회 출범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제 사회 활동이 중단되면서 사회적 고립과 고독이 심각해졌을 뿐 아니라 이 문제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저출산담당상이 고독·고립 대책을 담당하도록 했다.
음펨바는 "(외로움이) 국경을 초월해 건강과 복지, 발전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공중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고립에는 나이나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외로움이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고독이 종종 선진국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노인 4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비율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노인의 경우 외로움이 치매와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데에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인 머시 의무총감은 앞서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씩을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는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외로움은 젊은이들의 삶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디언은 청소년의 5∼15%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수치가 있지만 과소평가 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중 외로움을 경험한 비율은 아프리카(12.7%)가 유럽(5.3%)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음펨바는 인구의 다수가 젊은층인 아프리카에서는 높은 실업률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보, 기후 위기 관련 문제들이 사회적 고립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된 취약계층을 위해 외로움에 대한 서술을 재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머시 의무총감도 "이런 문제들은 한 국가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외로움은) 과소평가 된 공중 보건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