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코로나 퇴직까지 맞물려…"10년 뒤 12만명 부족"
미국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코로나 퇴직, 의대 정원 제한 등이 맞물리며 의사 구인난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달 31일 보도했다.
미 의과대학협회(AAMC)는 앞으로 10년 뒤 미국에서 의사가 최대 12만4천명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미국의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분에 1에 해당하는 약 1억명 이상이 충분한 1차 진료 의사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인 중 절반은 정신건강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 수는 2.7명으로, 독일(4.5명), 호주(4.0명), 프랑스(3.2명)보다 적었으며 OECD 주요국 평균인 3.7명보다도 뒤처졌다.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조슈아 고트리엡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의사 연봉은 평균 35만 달러(약 4억원)에 육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의사 연봉이 높고 의대 지원자 수가 매년 8만5천명이 넘는 상황에서도 미국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로는 미국 의대들의 입학 정원 제한과 긴 수련 기간 등이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의대들은 1980년대부터 인위적으로 의대생 정원을 제한해왔다.
1980년 미 보건복지부는 1990년대가 되면 대부분의 학과에서 의사 잉여 인력이 7만여명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이런 예측과 함께 의대 정원 제한과 해외 의대 졸업생들이 미국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의대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지난 25년간 미국의 의대 입학생 수는 미국 전체 인구가 7천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1만명도 채 늘지 않아 지난해까지 2만명대에 머물렀다.
또 대부분 선진국 의사 지망생들이 평균 6년 안팎의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비해 미국은 대학 교육 8년에 3∼7년의 레지던트 기간까지 보통 10∼15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의사 수가 적은 이유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여기에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급증한 의료계 종사자들의 퇴직까지 겹치며 의사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가 들며 의료 수요는 높아지는 반면 이 나이대의 의사들은 은퇴를 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AAMC에 따르면 현재 의사 5명 중 2명이 넘는 꼴로 65세 이상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은 앞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미국의 의료계 종사자들의 퇴직률은 이전보다 30% 높아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의사 협회 제시 에렌펠 회장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식들에게 의료계로 가라고 권장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이 직업의 기쁨을 잃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